[사설] 세금 깍아주고 면제하는 것만이 능사 아니다

정부가 저소득자들에 대한 세제지원방안을 내놓았다. 폐업한 영세자영업자가 내년 말까지 재개업할 경우 500만원까지 체납세금을 면제해주고 신용정보기관에 세금 체납사실을 통보하는 대상도 현행 500만원 이상에서 향후 2년간 한시적으로 1000만원 이상으로 완화키로 했다. 월세를 사는 총급여 3000만원 이하 무주택 근로 세대주에 대해 월세 지급액의 40%를 소득 공제해주고 주택청약종합저축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가 내세운 친서민 행보가 세제 측면에서도 가시화된 셈이다.

영세 자영업자와 저소득 근로자들에 대한 세제 지원은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이다. 정부가 세제 혜택을 통해 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재기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당연한 측면도 있다. 500만원까지 체납세금을 면제해 주는 것만으로도 총 80만명이 1조원가량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니 당사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세정이 너무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감추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체납세금을 면제해주고 신용정보기관 통보대상도 완화키로 한 것은 문제가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이런 종류의 지원조치들이 이미 시행된 바 있기 때문에 자칫 무조건 버티면 어떤 식으로든 해결된다는 인식을 심어줘 모럴해저드(도덕불감증)를 부추길 소지가 다분하다. 지원대상이 올해 말까지 폐업 사업자로 돼 있는 점 또한 위장폐업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이번 조치로 줄어드는 세수 3조원을 어떻게 보전할 것이냐 하는 점도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예정된 소득세 · 법인세를 인하하는 것만으로도 3조7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 29조6000억원에 이르는 각종 비과세 규모 축소 등을 통해 이를 메울 생각인 모양이다.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과표 양성화,대기업 및 고소득자에 대한 비과세 · 감면 축소 등의 조치가 뒤따르게 될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가뜩이나 부진한 투자가 더욱 위축(萎縮)되고 소비심리가 냉각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세수를 늘리면서도 이런 부작용을 막는 방안을 찾는데 최대한의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