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나들이] 걷고 싶은 캠퍼스 산책길‥'20代의 낭만'과 다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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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캠퍼스를 거닐며 삶과 사랑을 노래했던 로맨티스트를 기억하시는지.삶에서 가장 싱그럽고 푸르렀던 한때를 추억하기에 대학 캠퍼스만한 곳도 없다.
9월 개강을 앞둔 늦여름의 대학가는 아직 한산하다. 울창한 나무 숲에 꽃 같은 젊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 상아탑. 캠퍼스는 그 자체가 걷기에 더없이 좋은 '길'이기도 하다. 젊음과 도전을 체험할 수 있어서다.
다만 최근 2~3년새 프랜차이즈 커피숍들과 으리으리한 리모델링 건물들이 대학마다 늘었으니 걷는 길목에 혹시 마주치더라도 '격세지감'에 놀라지 마시라.
지하철 타고 쉽게 닿을 수 있는 걷기 좋은 캠퍼스를 소개한다. 그곳에서 로맨티스트였던 당신을 만날 수 있다.
◆신촌 주변 캠퍼스'잔재미'가 있다
신촌에 포진해 있는 서강대,이화여대,연세대는 본래 한 캠퍼스로 연결돼 있는 것 처럼 걷기에 좋은 코스다.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 길을 이어가는 '잔재미'도 쏠쏠하다. 6호선 광흥창역에서 4번 출구로 나와 쭉 걸으니 '천주교 신수동 성당'이 나온다. 성당을 오른쪽에 두고 돌면 서강대 정문.정문에 들어서서 맨 오른쪽 길을 택했다. 테니스 코트와 학생회관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계단이 나타났다. 그 계단을 올라 길을 따라가면 오른쪽에 '엠마오관'이 나오고 녹색의 잔디밭을 만난다. '고(故) 김의기 열사 추모비'를 지나 돌계단을 오른 뒤 나무계단을 오르길 10분,노고산 정상이 나타난다. 안내문을 마주보고 왼쪽 길로 내려가면 다섯 갈래 갈림길이 나온다. 길을 잃은 걸까,순간 덜컥 겁이 난다. 대숲을 왼쪽에 끼고 5분 정도 걷다 돌무더기를 지나니 방금 지나온 잔디밭이 나타났다.
서강대 후문으로 향했다. 후문에서 빠져나와 왼쪽 길을 택해 걸으면 지하철 2호선 '이대역'이 나타난다. 쭉 직진해 정문에 다다르면 ECC(Ewha womans university Campus Center) 건물이 먼저 반긴다. 빛이 새어드는 웅장한 건축물 안으로 잠시 걸어본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을 피해 왼편의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을 지나 '대학원 별관'이 있는 쪽으로 가서 아스팔트 오르막을 올라가면 김활란 초대 총장의 동상이 나타난다. 벽돌 건물인 본관을 지나서는 기숙사 이정표만 따라가면 된다. '북아현문(평일 오전 8시~오후 10시,토요일은 오전 8시~오후 6시까지 개방하고 공휴일은 닫는다. 이때는 후문을 이용하자.)'을 빠져나와 금란슈퍼를 지나 연세대로 향한다. 이 길에는 크고 작은 카페들이 즐비해 잠시 쉬어가기 좋다.
연세대 동문에 들어선 후 첫 번째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총장공관'을 지나면 흙길이 나타난다. 길을 따라 걸으면 '만남'이란 이름의 동색 조각들이 늘어선 청송대(聽松臺)가 보인다. 학교라는 느낌보다는 울창한 숲 속에 와 있는 느낌이다. 망중한을 즐기기에 더 없이 좋다. 청송대 표지판이 나오면 오른쪽 방향으로 오르막을 올라 노천극장을 만나보자.축제가 열리는 떠들썩한 노천극장이 아닌 텅 빈 공간이 작은 소리로도 큰 공명을 만들어 낸다. 노천에서 나와 정문으로 빠져나오면 2호선 신촌역에 다다른다. 서강대에서 연세대까지는 어른 걸음으로 2시간30분이 걸렸다.
◆서울대 '걷고 싶은 길'을 따라
관악산을 끼고 있는 서울대는 자연 환경이 좋기로 유명하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로 가는 버스를 탔다. 정문으로 들어서자 왼편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작은 숲과 특이한 모양의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이 서울대 미술관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계했다는 이 건물은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독특한 매력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걷고 싶은 길'이 시작됐다. 서울대 미술관 앞 순환도로를 건너면 대운동장이 눈에 들어오고,그 위에 경영대가 보였다. 여기서 음대와 미대 방향으로 들어섰다. 한여름,비 갠 다음날 오후를 보내고 있는 무성한 나무들의 색이 점점 짙은 녹색을 띠는가 하더니 주변이 조용해졌다. 간혹 음대생들이 악기를 연습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길 중반부로 들어서자 '자하연'이 드러났다. 주변을 나무 데크로 만들어 연못으로 접근성을 더 좋게 했고,나무로 만든 계단을 딛고 몇 발 더 내려가자 연못이 코앞에 다가왔다. 걷고 싶은 길을 따라 끝까지 걸어보니 서울대 도서관 앞까지 이어졌다.
서울대에는 걷고 싶은 길 이외에도 걷기 좋은 코스가 많다. 서울대 미술관에서 관악산 공원 입구까지는 최상의 산책 코스다. 좀 더 걷고 싶다면 관악산을 가볍게 등반하는 것도 좋다.
◆건국대 · 고려대도 둘러보세요
광진구 화양동의 건국대 캠퍼스는 대형 호수인 '일감호'로 유명하다. 복잡한 화양동 길에서 캠퍼스로 들어가면 마치 피난처를 찾은 듯한 느낌.호숫가를 빠른 걸음으로 돌아도 족히 20~30분은 걸리지만 평평한 길이라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최근 이 호수의 인공섬 '와우도'에 왜가리들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며 집단 서식을 하고 있어 화제가 됐다. 운이 좋으면 갈색 깃털의 새끼들이 먹이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종로구 안암동 고려대 캠퍼스는 1933년에 지어진 본관 건물과 중앙도서관이 유럽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울퉁불퉁한 화강암 질감과 고딕 양식의 건축물,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낭만있는 산책은 기본. 유럽여행을 온 듯한 멋진 사진 한 컷은 덤이다.
김보라 기자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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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로드·골고다 언덕‥'캠퍼스 명소' 찾아볼까
서울 시내 대학 캠퍼스마다 나름의 이색 명소가 있다. 독특한 명칭과 이름이 붙은 사연이 졸업생들에겐 재학시절 추억을 끄집어내는 촉매 역할을 한다. 외부인들에겐 걷고 싶은 지역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고려대엔 이공계 캠퍼스의 '원숭이길'이 유명하다. 대학생들이 이 길에 늘어선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커플들을 '원숭이 처럼' 쳐다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는 날엔 '보란 듯이'손 잡고 지나가는 캠퍼스 커플들이 유난히 더 많다고 한다.
연세대 종합관으로 올라가는 언덕은 가파르기로 유명해 '골고다 언덕'으로 불린다. 골고다 언덕은 예수가 십자가를 짊어지고 힘겹게 넘던 바로 그 언덕.학생들은 걸어 올라가기도 힘겨운 이 언덕을 지각의 위험이 있을 때 뛰어서 오른다. 경희대 미술대학 건물로 가기 위해서는 지나쳐야만 하는 가로수길이 있다. 일명 '키스 로드'.다른 건물에 비해 유난히 구석에 있는 데다 어둡고 음침해 캠퍼스 커플의 키스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재학생들에게 유명한 '키스 로드'는 축제 기간 이벤트 장소로 활용된다. 길 위의 전등이 잠시 꺼져 있는 동안 커플들이 키스 타임을 마음껏 즐기는 행사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9월 개강을 앞둔 늦여름의 대학가는 아직 한산하다. 울창한 나무 숲에 꽃 같은 젊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 상아탑. 캠퍼스는 그 자체가 걷기에 더없이 좋은 '길'이기도 하다. 젊음과 도전을 체험할 수 있어서다.
다만 최근 2~3년새 프랜차이즈 커피숍들과 으리으리한 리모델링 건물들이 대학마다 늘었으니 걷는 길목에 혹시 마주치더라도 '격세지감'에 놀라지 마시라.
지하철 타고 쉽게 닿을 수 있는 걷기 좋은 캠퍼스를 소개한다. 그곳에서 로맨티스트였던 당신을 만날 수 있다.
◆신촌 주변 캠퍼스'잔재미'가 있다
신촌에 포진해 있는 서강대,이화여대,연세대는 본래 한 캠퍼스로 연결돼 있는 것 처럼 걷기에 좋은 코스다.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 길을 이어가는 '잔재미'도 쏠쏠하다. 6호선 광흥창역에서 4번 출구로 나와 쭉 걸으니 '천주교 신수동 성당'이 나온다. 성당을 오른쪽에 두고 돌면 서강대 정문.정문에 들어서서 맨 오른쪽 길을 택했다. 테니스 코트와 학생회관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계단이 나타났다. 그 계단을 올라 길을 따라가면 오른쪽에 '엠마오관'이 나오고 녹색의 잔디밭을 만난다. '고(故) 김의기 열사 추모비'를 지나 돌계단을 오른 뒤 나무계단을 오르길 10분,노고산 정상이 나타난다. 안내문을 마주보고 왼쪽 길로 내려가면 다섯 갈래 갈림길이 나온다. 길을 잃은 걸까,순간 덜컥 겁이 난다. 대숲을 왼쪽에 끼고 5분 정도 걷다 돌무더기를 지나니 방금 지나온 잔디밭이 나타났다.
서강대 후문으로 향했다. 후문에서 빠져나와 왼쪽 길을 택해 걸으면 지하철 2호선 '이대역'이 나타난다. 쭉 직진해 정문에 다다르면 ECC(Ewha womans university Campus Center) 건물이 먼저 반긴다. 빛이 새어드는 웅장한 건축물 안으로 잠시 걸어본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을 피해 왼편의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을 지나 '대학원 별관'이 있는 쪽으로 가서 아스팔트 오르막을 올라가면 김활란 초대 총장의 동상이 나타난다. 벽돌 건물인 본관을 지나서는 기숙사 이정표만 따라가면 된다. '북아현문(평일 오전 8시~오후 10시,토요일은 오전 8시~오후 6시까지 개방하고 공휴일은 닫는다. 이때는 후문을 이용하자.)'을 빠져나와 금란슈퍼를 지나 연세대로 향한다. 이 길에는 크고 작은 카페들이 즐비해 잠시 쉬어가기 좋다.
연세대 동문에 들어선 후 첫 번째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총장공관'을 지나면 흙길이 나타난다. 길을 따라 걸으면 '만남'이란 이름의 동색 조각들이 늘어선 청송대(聽松臺)가 보인다. 학교라는 느낌보다는 울창한 숲 속에 와 있는 느낌이다. 망중한을 즐기기에 더 없이 좋다. 청송대 표지판이 나오면 오른쪽 방향으로 오르막을 올라 노천극장을 만나보자.축제가 열리는 떠들썩한 노천극장이 아닌 텅 빈 공간이 작은 소리로도 큰 공명을 만들어 낸다. 노천에서 나와 정문으로 빠져나오면 2호선 신촌역에 다다른다. 서강대에서 연세대까지는 어른 걸음으로 2시간30분이 걸렸다.
◆서울대 '걷고 싶은 길'을 따라
관악산을 끼고 있는 서울대는 자연 환경이 좋기로 유명하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로 가는 버스를 탔다. 정문으로 들어서자 왼편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작은 숲과 특이한 모양의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이 서울대 미술관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계했다는 이 건물은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독특한 매력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걷고 싶은 길'이 시작됐다. 서울대 미술관 앞 순환도로를 건너면 대운동장이 눈에 들어오고,그 위에 경영대가 보였다. 여기서 음대와 미대 방향으로 들어섰다. 한여름,비 갠 다음날 오후를 보내고 있는 무성한 나무들의 색이 점점 짙은 녹색을 띠는가 하더니 주변이 조용해졌다. 간혹 음대생들이 악기를 연습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길 중반부로 들어서자 '자하연'이 드러났다. 주변을 나무 데크로 만들어 연못으로 접근성을 더 좋게 했고,나무로 만든 계단을 딛고 몇 발 더 내려가자 연못이 코앞에 다가왔다. 걷고 싶은 길을 따라 끝까지 걸어보니 서울대 도서관 앞까지 이어졌다.
서울대에는 걷고 싶은 길 이외에도 걷기 좋은 코스가 많다. 서울대 미술관에서 관악산 공원 입구까지는 최상의 산책 코스다. 좀 더 걷고 싶다면 관악산을 가볍게 등반하는 것도 좋다.
◆건국대 · 고려대도 둘러보세요
광진구 화양동의 건국대 캠퍼스는 대형 호수인 '일감호'로 유명하다. 복잡한 화양동 길에서 캠퍼스로 들어가면 마치 피난처를 찾은 듯한 느낌.호숫가를 빠른 걸음으로 돌아도 족히 20~30분은 걸리지만 평평한 길이라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최근 이 호수의 인공섬 '와우도'에 왜가리들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며 집단 서식을 하고 있어 화제가 됐다. 운이 좋으면 갈색 깃털의 새끼들이 먹이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종로구 안암동 고려대 캠퍼스는 1933년에 지어진 본관 건물과 중앙도서관이 유럽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울퉁불퉁한 화강암 질감과 고딕 양식의 건축물,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낭만있는 산책은 기본. 유럽여행을 온 듯한 멋진 사진 한 컷은 덤이다.
김보라 기자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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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로드·골고다 언덕‥'캠퍼스 명소' 찾아볼까
서울 시내 대학 캠퍼스마다 나름의 이색 명소가 있다. 독특한 명칭과 이름이 붙은 사연이 졸업생들에겐 재학시절 추억을 끄집어내는 촉매 역할을 한다. 외부인들에겐 걷고 싶은 지역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고려대엔 이공계 캠퍼스의 '원숭이길'이 유명하다. 대학생들이 이 길에 늘어선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커플들을 '원숭이 처럼' 쳐다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는 날엔 '보란 듯이'손 잡고 지나가는 캠퍼스 커플들이 유난히 더 많다고 한다.
연세대 종합관으로 올라가는 언덕은 가파르기로 유명해 '골고다 언덕'으로 불린다. 골고다 언덕은 예수가 십자가를 짊어지고 힘겹게 넘던 바로 그 언덕.학생들은 걸어 올라가기도 힘겨운 이 언덕을 지각의 위험이 있을 때 뛰어서 오른다. 경희대 미술대학 건물로 가기 위해서는 지나쳐야만 하는 가로수길이 있다. 일명 '키스 로드'.다른 건물에 비해 유난히 구석에 있는 데다 어둡고 음침해 캠퍼스 커플의 키스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재학생들에게 유명한 '키스 로드'는 축제 기간 이벤트 장소로 활용된다. 길 위의 전등이 잠시 꺼져 있는 동안 커플들이 키스 타임을 마음껏 즐기는 행사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