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현정의 스타일 톡톡] 똑 부러지는 그녀‥일도 패션도 '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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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ge-개성있고 독특하며 멋진 >패션 매거진의 에디터는 요즘 가장 트렌디하고 스타일리시한 직업으로 여긴다. 몇 해 전만 해도 '에디터'라는 직업은 무척 생소했다. 하지만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부터 최근 드라마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각종 매체를 통해 가장 각광받는 직업의 하나로 떠올랐다.
여성들의 제일 큰 관심사인 패션과 뷰티를 두루 섭렵하며 다양한 패션쇼와 해외 컬렉션 등 화려함을 만끽하는 극중 그들의 모습은 여성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김혜수표 '엣지' 스타일이 화제가 되면서 에디터의 이미지는 더욱 화려하게 각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엣지 스타일'의 정체는 무엇이며 실제 에디터 룩은 어떨까.
◆'엣지' 스타일의 정체김혜수의 '엣지' 스타일은 사실 에디터 스타일이라기보다는 김혜수 스타일에 가깝다. 과장된 패션,완벽한 메이크업,흐트러짐 없는 헤어스타일은 그야말로 김혜수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드라마 속 에디터의 모습이다. '개성있고 독특하며 멋진'이라는 의미처럼 전체 스타일뿐 아니라 캐릭터,말투,표정 모두 평소 김혜수의 이미지 그대로여서 '엣지'라는 단어와 딱 어울린다.
드라마 속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박기자'의 과장된 패션에는 항상 철칙 같은 공식이 뒤따른다. 상체를 부각시켜 자신만의 엣지를 만드는 것.1980년대 디스코풍 의상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런 스타일은 최근 다양한 컬렉션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글래머러스하면서 펑키한 디테일과 과장된 듯한 실루엣으로 카리스마를 잘 반영하며,반짝이 장식이나 원숄더 스타일로 여성적인 감성을 잃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박기자'라는 캐릭터의 시그니처 아이템은 과장된 어깨의 독특한 재킷.높이 솟은 어깨와 날이 선 실루엣으로 사회적 성공에 대한 갈망과 자존심을 패션으로 보여준다. 재킷의 어깨 부분을 제외한 모든 부분의 핏이 거의 완벽하리 만큼 타이트해 철두철미하고 완벽한 느낌을 준다.
헤어스타일에서도 특유의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김혜수라서 더 멋진 이 짧은 머리는 낡은 흑백사진 속에나 있을 법한 친근한 블랙 컬러의 1 대 9 가르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언밸런스 커팅이다. 트렌디함을 부여하고,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하는 팜므파탈적인 매력을 레트로풍으로 표현했다. 올 가을 '잇(it) 아이템'인 심플한 블랙 아이라이너 하나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낸 '박기자'의 엣지 메이크업도 돋보인다. 피부 표현은 최대한 맑고 투명하게 하면서 블랙 아이라이너로 눈매만 강렬하게 살려 포인트 메이크업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에디터 스타일의 런웨이 vs 리얼웨이
'스타일'의 김혜수 패션은 방금 패션화보에서 튀어나온 듯한,한마디로 '화보 패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화려하고 장식이 많을수록 일할 때는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법.일명 '런웨이 룩(Runway,패션쇼 모델들이 선보이는 룩)'이라 할 수 있는 김혜수의 스타일과 달리 실제 에디터들은 패셔너블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리얼웨이 룩(Realway,실제 생활 속에서 입는 룩)'을 선호한다. 나 역시 패션 매거진 에디터 시절 늘 '한껏 차려 입은 런웨이 룩'을 추구했지만 촬영할 때만은 예외였다.
야외촬영,취재 등으로 활동량이 많다 보니 그 시즌 '잇 아이템'을 입는다 해도 시크하게 흐트러트린 내추럴 헤어,혹은 포니테일 스타일로 편안하고 실용적인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또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하기란 쉽지 않다. 일년에 한두 번 큰맘 먹고 샤넬이나 마놀로 블라닉,이브생 로랑 같은 명품을 사기도 하지만 보통은 프레스 세일(브랜드의 샘플 세일)이나 나만의 아지트 쇼핑장소(해외 구입 또는 이태원 · 청담동 등의 로드숍,인터넷 쇼핑몰)를 찾아내 저렴하게 쇼핑한다.
에디터들에게 김혜수의 완벽한 헤어&메이크업은 파티나 마감 후처럼 특별한 상황에나 가능한 일이다. 사실 잦은 야근과 밤샘 작업이 있는 마감기간에는 메이크업은 커녕 씻는 것조차 건너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혜수가 보여주는 엣지 패션과 메이크업은 실제 에디터들의 결과물인 화보에서 제대로 만날 수 있다. 창조적인 작업과 심도 있는 분석,아티스틱한 비주얼을 통해 보여지는 글과 사진들에서.따라서 에디터 김혜수가 외치는 '엣지'는 외모에서 보여지는 것보다는 실제 에디터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아우라 혹은 그 작업물에서 보여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스타일 칼럼니스트 · 브레인파이 대표 www.cyworld.com/venus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