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두통…우울…불안…명상으로 헛된 '나'를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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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ㆍ걸으며ㆍ말 되뇌이며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나라라고 할 만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통사고율이나 이혼율,노동시간 등이 이를 입증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외로움과 우울증,각종 신체 질환에 시달린다. 심지어 가정을 파탄 내고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자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별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강력사고도 끊임없이 발생한다. 한마디로 사회가 날로 흉흉해져 가고 있다.
스트레스 다스리기
긴장된 근육 이완되고
심장박동ㆍ혈압 등 떨어뜨려
이런 현상들의 근본적인 이유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현대인들이 마음의 평화와 자기존경심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명상이 내면의 번뇌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행법으로 권유되고 있다. 명상(暝想)하면 대개 추상적으로 들릴 것이다. 명상을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지금 내마음 속에 있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상(想)을 없애는(暝) 것'이다. 이는 곧 마음을 쉬게 하고,무엇을 자꾸 구하거나 찾지 않은 채 다만 원래의 상태에서 머무르면서 고요히 평화와 행복과 안정을 취한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내면의 번뇌를 극복하기 위해 종교에 심취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심리치료를 받아본다. 각 종교는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지만 종교인들이 소속된 공동체의 역사와 전통의 영향을 반영한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심리치료는 개인의 무의식 속에 있는 일그러짐이나 뒤얽힘을 풀어주고 어떤 문제의 내막을 확실히 앎으로써 한층 더 확실하고 강고한 자신의 인지체계를 구축,문제를 털어내는 방법이다.
이에 비해 명상은 불교의 무아(無我)와 비슷하게 '나'라는 정체성(identity)이 오히려 방해물이 되니 그것을 버려 초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명상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련법이 많지만 기실 따지고 보면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유태교 라마교 요가 태극권 등에서 유래됐다. 명상은 본래 동양 종교의 전통에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각종 고통의 원인을 해결,완전한 자유를 얻기 위한 수행법으로 사용돼 왔다. 따라서 명상의 뿌리는 동양이며 요즘 서구에서 유입된 명상은 동양의 것이 전파돼 재흡수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름 붙이기에 따라 '자연명상''초월명상''마음챙김명상'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나 크게는 현상을 그대로 보아 지혜를 얻는 통찰명상과 한 대상에 마음을 집중해 삼매(三昧)라는 높은 의식의 경지에 이르는 집중명상으로 나뉜다. 명상의 방법은 단순히 침묵하는 것,척추를 꼿꼿이 세우고 숨을 쉬는 것부터 걸으며 자세에 집중하는 것,행복과 평화를 기원하는 말을 되뇌는 것,단전호흡과 비슷하게 인체의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것 등 수없이 많다. 이를 잘 실행하면 뇌파,분당 호흡수 및 심장박동수,혈중 콜레스테롤,혈압 등이 낮아진다. 긴장된 근육은 이완되고 산소섭취율이 줄어들며 각성된 뇌파가 나타난다.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자율신경계와 코티솔과 같은 부신피질호르몬 활동이 감소한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잘 다스릴 수 있는 상태가 유지된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30여년간 발표된 과학적 연구 논문을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명상은 실제 질병도 치유한다. 진통제 등을 동원해도 반짝효과에 그치는 만성통증의 경우 명상을 통해 통증의 실체를 관찰하고 수용하고 지그시 머물러봄으로써 몸과 마음이 이완돼 통증이 저절로 사라지거나,통증이 존재하더라도 이로 인해 겪었던 삶의 고통이 소멸될 수 있다. 그래서 만성 두통이나 우울,불안과 같은 몸과 마음의 어려움을 명상으로 완화 또는 해소시킬 수 있다.
흥미롭게도 무엇을 이겨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한다기보다는 지금 있는 그대로 머물고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바꾸려고 씨름했던 바로 그것이 저절로 변화된다는 것이 명상 수행자들의 하나같은 치유 체험이다. 예민하고 자주 침울해하며 가정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성격도 밝고 긍정적이며 원만한 성격으로 바꿀 수 있다. 대다수가 명상을 그저 정적인 활동으로만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내성적인 사람에게 맞지 않다는 편견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명상은 실천과 변화를 위한 가장 적극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삶에 유익한 구체적 행동을 실행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인을 걷어낼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명상을 지식의 틀로 받아들이면 꾀많고 처세술에 밝은 기회주의자가 되기 쉽기 때문에 이를 경계해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김연수 피올라명상학교 교장(한양특허법인 대표변리사),이성재 고려대 안암병원 통합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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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상의 다양한 방법들
◇앉아서 하는 명상
-숨이 들어오는 것을 알아차린다.
-숨이 나가는 것을 알아차린다.
-숨을 들이쉴 때 '일어남', 내쉴 때 '사라짐'이라고 한다.
-생각이 나면 '생각'이라고 이름 붙인다.
-대상이 사라질 때까지 '봄,봄,봄'이라고 한다.
-호흡보다 더 튀는 현상이 있으면 그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간다.
◇걸으며 하는 명상
-마음을 발과 발의 움직임에 둔다.
-각 걸음의 단계를 알아차리며 천천히 걷는다.
-마음을 발에 두고 '들음'하면서 들어올린다.
-발을 앞으로 밀 때 속으로 '밈'하면서 알아차린다.
-발을 바닥에 내려놓을 때 '놓음'하고 말한다.
-끝에 도달하면 '멈춰섬'이라고 말한다.
-돌 때는 '돌음'하고 말하면서 그 동작을 알아차린다.
◇잠재의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자애(自愛)명상
다음과 같은 말들을 반복적으로 되뇐다
-내가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기원한다.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한다.
-나와는 무관한 이가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기원한다.
-나는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나는 믿음으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