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김정일 "남보다 먼저 가서 직접 애도‥사절단 급도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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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조문단, 李여사에 조전 전달북한 조문단 일행은 김포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입국심사 등의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국회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 빈소로 이동했다. 공항 국제선 터미널 옆에서 상이군경회 등 보수단체 회원 100여명이 조문단의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지만 이동에 별다른 장애는 초래하지 않았다.
만찬장엔 통일부 국장도 참석
조문단은 오후 3시53분 국회에 도착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화를 실은 화물차가 맨 앞에 위치했다. 뒤이은 차에서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내리자 박지원 의원,박계동 국회 사무총장,황희철 법무부 차관 등이 인사했다. 북한 조문단이 도착하자 자리를 채우고 있던 조문객들은 함성과 함께 박수를 치며 이들을 맞았다. 박 의원이 김 비서에게 "박지원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네자,김 비서는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한 참석자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을 묻자 "잘 계십니다"라고 말했다. 김 비서는 4시5분께 우리 측 관계자와 함께 평양에서 가져온 김 위원장의 조화를 직접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 헌화했다. 김 위원장이 보낸 조화는 다른 조화와는 다르게 검은색 리본에 금색으로 글씨를 써 눈길을 끌었다. 조화의 한쪽 리본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라는 문구가,다른 한쪽에는 직책을 배제하고 '김정일'이라는 이름만 새겨 놓았다. 김 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조문단은 헌화를 마치고 유가족과 상주 자격으로 참석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김 대통령께서는 돌아가시면서도 남북대화 재개를 희망하셨습니다"라고 김 비서에게 말을 걸었고 김 비서는 "예"라고만 대답했다. 김 비서는 조문을 마치고 방명록에 "정의와 양심을 지켜 민족 앞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특사 조의방문단 김기남"이라고 글을 남겼다. 이후 조문단은 김형오 의장의 '티타임' 제안을 받아들여 국회에서 15분간 면담을 나눈 뒤 4시35분께 조문을 마치고 국회를 떠났다.
조문단은 이후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이희호 여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기남 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조전을 낭독하고 이 여사에게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조전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민족을 위해 많은 일을 하셨다. 김 전 대통령이 하셨던 일을 유가족이 잘 이어나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김 전 대통령 측 최경환 비서관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여러 나라에서 조문단이 오겠지만 남보다 먼저 가서 직접 애도의 뜻을 표해야 한다. 사절단의 급도 높이라"며 "여사님께서 건강하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여사는 사의를 표시한 뒤 "김 전 대통령은 세상을 떠났지만 민족화해와 통일이 실현되면 지하에서도 대단히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숙소인 그랜드 힐튼 호텔로 이동한 조문단은 임동원 · 정세현 ·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의원 백낙청 시민평화포럼 고문 등 김 전 대통령측 인사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남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구동회/민지혜/김일규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