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키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

[한경닷컴]서울고법 민사40부(이성보 수석부장)는 수출기업인 K사가 신한ㆍ씨티ㆍ제일은행을 상대로 낸 옵션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결정은 키코 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고등법원으로 올라온 이후 첫번째 판단이어서 향후 유사소송의 향방이 주목된다.

재판부는 “계약 내용이 환율 변동의 확률적 분포를 고려하고 있어 은행과 기업의 기대 이익을 대등하게 했다”며 “계약 내용이 합리성을 결여하지 않고 고객에게 불리하거나 고객의 본질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재판부는 또 “통화옵션 계약 체결시 은행이 0.3∼0.8%의 마진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며 “이는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관리비용과 업무원가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마진 규모가 과도하게 책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계약 체결과정에서 사기 또는 착오가 있었다는 주장에는 “기업은 환율이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환위험회피 기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한 뒤 위험을 감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은행이 세계 금융환경이 급변해 환율이 급등할 것이란 사실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서 기망행위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별한 사정 변경시 해지권이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환율이 상승하자 은행들은 채권자에게 계약을 중도청산하거나 계약조건을 추가ㆍ변경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채권자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있지만 환율이 지정된 상한선을 넘으면 계약 금액의 2∼3배를 시장가격보다 낮은 환율로 팔아야 하는 통화옵션 상품으로,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 100여곳이 계약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