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만드는 힘, 책!] 때론 아무것도 안 하는게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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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의 탄생 애비너시 딕시트·배리 네일버프 지음/ 이건식 옮김/ 쌤앤파커스/ 656쪽/ 2만5000원연속적으로 플레이를 성공시키는 운동선수를 '핫핸드(hot hand)'라고 한다. 귀신같이 3점슛을 연달아 성공시키는 농구선수나 절묘한 백 핸드 드라이브를 연속해서 적중시키는 테니스 선수가 핫핸드다. 핫핸드는 실력일까,운일까.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 등은 수천 번의 농구경기를 분석한 결과 핫핸드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 번 슛을 성공한 선수가 다음 슛을 성공시킬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이전 시도에서 실패한 선수가 다음 슛을 성공시킬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이론에서는 핫핸드를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통계적으로 검증된 핫핸드란 없지만 핫핸드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선수가 팀의 승리에 기여하게 된다는 것.상대편이 핫핸드로 알려진 선수를 밀착 수비하는 동안 다른 선수들의 슛 기회가 늘고 성공률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핫핸드는 운이나 착시현상이 아니라 전략의 결과라고 이들은 설명한다. 《전략의 탄생》(원제:The Art of Strategy)은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의 기술(art)을 알려준다. 여기서 말하는 전략은 거창하지 않다. 일상 속의 상황들에서 일관된 법칙이나 행동과 판단 기준을 찾아내 상황을 내게 유리하도록 만드는 게 전략이다.
따라서 전략의 기술은 다양하다. 상대의 속임수를 알면서도 나에게 유리하도록 유도하면서 기다리는 기술,나의 수를 상대에게 읽히지 않도록 혼합하는 법,상대의 의도를 예견해 한 발 앞서 나가는 기술,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상대를 무장해제시키는 기술….저자들은 이런 기술과 전략의 공식을 잘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활용하라고 주문한다.
때로는 포기하는 것도 전략이고 고집하는 것,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무작위)도 전략이다. 지하철 개찰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나 검표원이 불시에 임의로 검사하는 것이나 무임승차율은 비슷하다는 사실이 그런 사례다. 무작위 전략 덕분에 정직하게 행동해야 하는 인센티브가 커졌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죄수들의 딜레마'도 유용한 전략의 도구다. 가령 공중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은 것,지구온난화 문제 등 이른바 '공공의 비극'은 아주 많은 참가자들이 개입된 '죄수들의 딜레마'로 설명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고 당장 그 이익이 나한테 돌아오지 않는다며 모두가 자기 욕심만 채운다면 유죄판결을 받은 죄수들처럼 결국 비극적 결과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사회는 하나의 게임 정글이며 삶은 전략적 선택의 연속"이라며 선택과 확률,상대를 꼼짝 못하게 하는 선점,정보획득,협력과 조정,경쟁과 입찰,협상,의사관철 등을 위한 다양한 전략 기술을 실제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