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대화로 못 풀 문제 없어"…김기남 "기분좋게 간다"

●청와대 면담 3포인트
김정일 구두 메세지는 비공개… 당초 15분서 30분으로 늘어
남북정상회담 타진 가능성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김기남 노동당 비서를 비롯한 북한 조문단을 만난 것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이 대통령이 현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고위 당국자를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조문단은 A4 한장 분량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낭독했고 이 대통령도 자신의 대북 구상을 전했다. 향후 남북 관계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지를 놓고 정상 간 의중을 탐색하며 간접 대화를 나눈 셈이다. 면담은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30분 동안 이뤄졌다.

◆A4 한장 분량의 메시지 내용은이동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해 "남북 협력의 진전에 관한 것"이라고 짤막하게 소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관계를 잘 가져가고 싶다는 뜻"이라고 요약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메시지에 일단 '6 · 15,10 · 4선언'의 바탕 위에서 정치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 걸친 대화와 협력을 하자는 취지가 담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북한의 '통미봉남(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 대화)'전략이 잘 풀리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남북이 '우리 민족끼리'의 정신에 따라 협력해야 한다는 언급을 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금강산 · 개성 관광,개성공단 문제를 비롯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 때 북한과 합의한 5개 남북 교류 사업의 이행 의지를 밝혔을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포함한 일관되고 확고한 대북 원칙을 우선적으로 강조했다. 핵심 대선 공약인 '비핵 · 개방 3000구상'의 취지를 설명하고 북핵 폐기가 먼저 이뤄져야 대대적인 대북 지원이 있을 것이란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에 대한 확약 없이 남북 관계의 실질적 진전은 어렵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우선이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란 해석이다. 유엔 1874호 결의에 따른 제재기조를 유지하는 쪽으로 한 · 미 양국의 '주파수'가 맞춰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남과 북이 어떤 문제든 진정성을 갖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며 대화를 촉구했다. 김 비서는 청와대 예방 후 "다 잘 됐다. 좋은 기분으로 간다"고 말해 기대감을 내비쳤다.

◆공개 못한 이유는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구체적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궁금증을 낳고 있다. 우선 특사 및 남북 정상회담에 관한 내용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김 비서가 남측 인사에게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지도자의 결심 단행이 중요하다"고 말한 점이 주목된다. 남북 관계를 '통 크게' 풀어 가자는 것으로,'특사교환'을 통한 정상 간 의중 타진은 물론 정상회담까지 할 용의가 있다는 김 위원장의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왜 30분으로 늘어났나

당초 면담 시간은 15분 정도로 예정됐다가 30분간으로 늘어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조문단과 같은) 통상적인 접견보다는 시간이 좀더 필요한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얽히고설킨 남북 관계의 진전을 위한 보다 속 깊은 얘기가 오갔을 것이란 관측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