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日총선의 세대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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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도쿄 젊은이들의 거리인 시부야에 여름철 일본 전통의상인 유카타(浴衣)를 입은 대학생 20여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시부야역 주변을 지나가는 젊은이들에게 전단지를 돌리며 뭔가를 열심히 호소했다. 전단지를 받아보니 이렇게 쓰여 있다. "30일 총선거에 꼭 참여해 일본의 미래를 우리 손으로 만들자." 아이보트(ivote)라는 대학생 단체가 총선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벌인 거리 캠페인이다. 아이보트 회원이라는 한 도쿄대생은 "젊은이들이 투표를 하지 않으면 일본은 고령자들의 목소리만 정치에 반영되는 노인국가로 전락할 것 같아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오는 30일 치러지는 일본 총선거(중의원 선거)는 반세기 만에 여야 정권교체가 이뤄질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그러나 정권 교체라는 역사적 이슈 이면엔 '세대 간 대결'이라는 시대적 테마가 숨어 있다. 일본은 잘 알려진 대로 저출산 · 고령화 국가다. 인구구조상 고령사회에 접어든 지 오래다. 당연히 유권자 수에서도 노인 비중이 높다. 젊은이들은 투표율도 낮아 노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크다. 2005년 중의원 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은 46%로 40대(71%),50대(77%),60대(83%)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그러다 보니 20대 투표자 비율은 전체 투표자의 9%에 그쳤다.
이대로 가다간 '노인의,노인에 의한,노인을 위한' 정치가 될 것이란 말도 무리가 아니다. 실제 젊은 정치가가 30년 후의 국가비전을 주장하면 일본에선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 고령자들이 좋아하는 연금 의료보험 노인간호 등의 정책을 제시해야 주목받는다.
결과적으로 당장 따뜻한 사회보장 확충에 국가 예산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국가경제를 키우고 국민 모두가 풍요로워지는 성장분야엔 상대적으로 소홀해진다. 일본의 국가부채가 860조엔(약 1200조원)으로 선진국 중 최악이지만 심각하게 고민하는 정당은 없어 보인다. 미래를 위한 재정건전화를 얘기해봤자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세금 올리자는 얘기는 입 밖에 내지도 못한다. 재정적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미래세대인 젊은이들의 빚이다. 일본의 세대갈등이 싹틀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내수악화로 인한 일본의 고용부진도 따지고 보면 세대 간 갈등 요소다. 일본 국민들은 1400조엔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돈을 쓰지 않아 소비가 안 되는 게 문제다. 이유는 이 돈의 70% 이상을 60세 이상 고령자들이 갖고 있어서다. 노인들이 돈을 움켜쥐고만 있어 일본의 내수는 죽을 쑤고,경제는 활력을 잃고 있다. 때문에 젊은이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못 구한 채 아르바이트로 전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지경까지 이르다 보니 일부 대학생들이 급기야 거리로 나와 젊은이들의 투표참여 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20,30대 젊은이들이 일본을 바꾸겠다며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중의원 선거에 대거 입후보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밖으로 잘 드러나진 않지만 일본에서 세대 간 보이지 않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건 남의 얘기가 아니다. 고령화 속도로 보면 지금 일본의 모습은 10년 뒤 우리의 모습이다. 세대 간 전쟁을 피하려면 우린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도쿄=차병석 chabs@hankyung.com
오는 30일 치러지는 일본 총선거(중의원 선거)는 반세기 만에 여야 정권교체가 이뤄질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그러나 정권 교체라는 역사적 이슈 이면엔 '세대 간 대결'이라는 시대적 테마가 숨어 있다. 일본은 잘 알려진 대로 저출산 · 고령화 국가다. 인구구조상 고령사회에 접어든 지 오래다. 당연히 유권자 수에서도 노인 비중이 높다. 젊은이들은 투표율도 낮아 노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크다. 2005년 중의원 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은 46%로 40대(71%),50대(77%),60대(83%)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그러다 보니 20대 투표자 비율은 전체 투표자의 9%에 그쳤다.
이대로 가다간 '노인의,노인에 의한,노인을 위한' 정치가 될 것이란 말도 무리가 아니다. 실제 젊은 정치가가 30년 후의 국가비전을 주장하면 일본에선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 고령자들이 좋아하는 연금 의료보험 노인간호 등의 정책을 제시해야 주목받는다.
결과적으로 당장 따뜻한 사회보장 확충에 국가 예산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국가경제를 키우고 국민 모두가 풍요로워지는 성장분야엔 상대적으로 소홀해진다. 일본의 국가부채가 860조엔(약 1200조원)으로 선진국 중 최악이지만 심각하게 고민하는 정당은 없어 보인다. 미래를 위한 재정건전화를 얘기해봤자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세금 올리자는 얘기는 입 밖에 내지도 못한다. 재정적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미래세대인 젊은이들의 빚이다. 일본의 세대갈등이 싹틀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내수악화로 인한 일본의 고용부진도 따지고 보면 세대 간 갈등 요소다. 일본 국민들은 1400조엔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돈을 쓰지 않아 소비가 안 되는 게 문제다. 이유는 이 돈의 70% 이상을 60세 이상 고령자들이 갖고 있어서다. 노인들이 돈을 움켜쥐고만 있어 일본의 내수는 죽을 쑤고,경제는 활력을 잃고 있다. 때문에 젊은이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못 구한 채 아르바이트로 전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지경까지 이르다 보니 일부 대학생들이 급기야 거리로 나와 젊은이들의 투표참여 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20,30대 젊은이들이 일본을 바꾸겠다며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중의원 선거에 대거 입후보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밖으로 잘 드러나진 않지만 일본에서 세대 간 보이지 않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건 남의 얘기가 아니다. 고령화 속도로 보면 지금 일본의 모습은 10년 뒤 우리의 모습이다. 세대 간 전쟁을 피하려면 우린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도쿄=차병석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