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1929년이 아닌 1937년이 '화두'

크루그먼ㆍ루비니 "더블딥" 한목소리
"몇 달 전만 해도 미 정부는 또다른 '1929년'(대공황)을 우려했으나 이제는 '1937년'(더블 딥)을 놓고 씨름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미국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전망이 확산되는 가운데 성급하게 경기부양책을 거두는 '출구전략'을 썼다간 1937년의 더블 딥(경기 반짝 상승 후 재하강)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과거 1929년의 대공황은 'W자형' 회복세를 보였다. 1933년 경기가 반짝 회복세로 돌아섰으나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일찍 긴축으로 돌아서는 바람에 1937년 말 재차 깊은 침체의 수렁에 빠졌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닥터 둠'으로 불리는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경기회복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세계경제가 '더블 딥'에 빠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크루그먼 교수는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업률이 높아지고 소비위축 현상이 지속되면 미국 경제가 정상궤도에 들어서지 못하고 다시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고질적인 문제들로 인해 자칫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디플레이션 재앙을 막기 위해선 4000억~5000억달러 규모의 2차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루비니 교수도 이날 FT 기고문을 통해 "미국 및 유럽 경제가 하반기에 바닥을 쳐도 앞으로 수년 동안 정상 수준에서 벗어난 미약한 성장을 할 것"이라며 더블 딥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요국이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세금을 올리고 지출을 줄이면 오히려 경제회복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각국 정부가 대규모 재정적자를 방치하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키워 결국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 회복을 저해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