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수출 '씽씽' … 5대 수출품목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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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까지 68% 급증…내수부진 수출로올해 들어 국내 정유사들의 휘발유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휘발유가 대표적인 수출품목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국내 보다 국제시장 가격이 높아
24일 석유종합정보시스템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휘발유 수출물량은 2213만9000배럴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7.9% 증가했다. 정유사별로는 SK에너지가 작년 동기 대비 408% 늘어난 1232만4000배럴의 휘발유를 해외로 내보냈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는 각각 564만7000배럴,411만8000배럴의 휘발유를 수출했다. 휘발유 수출이 급증하면서 전체 석유제품 수출 가운데 휘발유가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1~7월) 7.4%에서 올해 11.44%로 10%선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휘발유 수출 증가에 힘입어 석유제품은 올해 7월까지 누적통계로 8위의 수출품목"이라며 "하반기 중 수출단가만 뒷받침해 준다면 자동차와 반도체를 제치고 5위 수출품목 안에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 수요 증가
올 들어 휘발유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국내 정유사들의 휘발유 생산규모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SK에너지가 작년 하반기 하루 6만배럴 규모의 고도화 설비인 제3기 중질유분해장치(FCC)를 가동하는 등 국내 정유사들은 고도화 설비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휘발유 국내 소비는 3732만9000배럴로 작년 동기보다 8.2%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휘발유 생산량은 6097만8000배럴로 내수 증가폭을 훨씬 웃도는 11.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국내 정유사 입장에선 국내에 공급하고 남는 휘발유를 해외로 수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휘발유는 상용 제품이라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글로벌 수요가 일정한 편이다. 지난 상반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지역의 정제시설이 일부 정기 보수에 착수,동남아 지역의 휘발유 공급이 달린 것도 국내 정유사들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가격 눈치를 보며 국내에 파는 것보다 국제 시장가격 그대로 판매하는 수출이 오히려 수익성이 높고 마음이 편하다"며 "지난 상반기 동남아 수요가 받쳐주면서 휘발유 수출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수출단가 상승이 관건
휘발유 수출물량은 작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수출금액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올해 휘발유 수출단가가 작년의 절반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휘발유 수출금액은 14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4% 줄었다. 휘발유 수출단가는 올해 초 배럴당 46.86달러에서 지난달 72.5달러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작년 동기 수출단가(배럴당 107~141달러)에는 아직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수출단가가 다소 오르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정제마진 악화를 수출물량 확대로 어느 정도 상쇄하고 있다"며 "글로벌 수요 증가로 수출단가가 배럴당 80~90달러 선을 유지해 준다면 정유사들의 하반기 정제사업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