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공립 대안학교 '충남도의 교육실험'

아산에 내년 3월 개교…4개반 운영
학업 포기 문제아ㆍ소외학생 대상
교육청ㆍ교과부 비용 분담 논의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학교를 중퇴하고 주유소나 음식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는 학생들을 위한 공립 대안학교가 내년 3월 문을 연다. 국내에서 학업중단 학생을 위한 공립 대안학교가 설립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충남도청은 24일 아산 현충원 인근 충무교육원의 시설을 개조해 40명 규모의 '리(Re)아카데미(가칭)'를 설립,내년 3월 개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는 중학교반과 고등학교반으로 나뉘어 각각 2개반씩 총 4개반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한 반에 10명씩 총 정원 40명으로 출발하고,단계적으로 120명까지 늘려간다는 구상이다. 학교 설립 비용 90억원은 충청남도와 충남도교육청,교육과학기술부가 각각 30억원씩 분담할 예정이다.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지난 19일 안병만 교과부 장관을 만나 학교 설립을 위한 신설교부금 지원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업중단자 7만여명

현재 초 · 중 · 고교에서 학교를 중퇴한 학업중단자는 총 7만2086명(2009년 2월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교과부는 추산하고 있다. 전체 학생의 1% 수준이다. 전문계고의 경우 3.71%,인문계고 1.14%,중학교 0.98%,초등학교 0.52% 등이다. 하지만 이들을 가르칠 교육기관은 크게 부족하다. 국내에 있는 학업중단자를 위한 정식 대안학교는 사립학교 2곳뿐이다. 미인가 시설들이 약 75곳(2008년 교과부 추산)에 이르지만 정식 졸업장을 주지 못하고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

전준호 충남도청 교육협력계장은 "학교를 그만두고 가출해 PC방을 전전하는 학생들의 경우 교육청이나 도청 등 어느 기관에서도 관리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성인이 되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은 만큼 지금이라도 이들을 위한 대안학교 설립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외계층 학생 위한 교육 실시소외계층 학생들을 위한 대안교육 시설이 없는 것도 문제다. 기존 대안학교들이나 미인가 시설 중 상당수가 기존 학교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중산층 자녀들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반면 거리를 방황하는 학업중단자들은 대부분 가출 청소년이거나 불우 가정 출신이어서 대안학교 등의 시설에 다닐 여건이 못 된다.

충남도청은 이에 따라 새 공립 대안학교를 가급적 저소득층 학업중단 학생 위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한 반 정원을 10명으로 제한한 것도 이를 위해서다. 대안학교 졸업장 대신 중퇴하기 전에 다니던 학교 이름의 졸업장을 발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히 자리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도청과 함께 대안학교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는 "무엇보다도 정말 사명감 있는 교사를 초빙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공립 대안학교는 국내 처음인 만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