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투자는 적법…손실은 불가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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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회장 금감원에 소명금융감독원이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현 KB금융지주 회장 · 사진)에 대해 과거 대규모 파생상품 투자 손실 책임을 물어 '직무정지'라는 중징계 방침을 통보한 데 대해 황 회장이 이를 반박하는 소명자료를 24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파생상품 투자 적법성 논란황 회장 측은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고위험 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투자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금감원의 지적을 항목별로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황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중징계 방침을 통보하면서 "당시 황 회장이 투자금융(IB) 부문의 자산 증가 목표를 전체 자산 증가 규모보다 높게 설정했고 신용등급 AAA인 우량 자산을 늘리라는 지시에 따라 부행장이 이들 파생상품에 투자했기 때문에 황 회장이 직접 관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IB본부에 목표를 부여한 것을 CDO CDS 투자 지시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당시 (투자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리스크 관리 규정을 바꿔가며 부행장 전결로 무리하게 파생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입혔다는 금감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규정을 바꾼 적이 없다"며 "부행장 전결의 적법한 투자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우리은행 규정을 보면 CDO CDS 투자는 건당 5000만달러까지 IB본부장 전결로 이뤄지도록 돼 있었다는 것이다.
◆"퇴임 이후 손실" vs "책임 회피일 뿐"
황 회장은 우리은행의 투자손실 1조6280억원 중 재임시 이뤄진 투자로 1조1800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는 금감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우리은행장에서 물러난 2007년 3월까지는 파생상품 투자 손실이 전혀 없었다"며 "퇴임 이후 발생한 손실은 사후관리를 적절히 함으로써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은행이 투자했던 CDO와 CDS는 2007년 하반기부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해 7월께 우리은행 사외이사 일부는 손절매를 비롯해 파생상품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당시 경영진은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이 투자한 파생상품은 2007년 7월께 전체 투자액의 5%가량 손실이 난 상태였고 이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황 회장 측은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금융회사의 유가증권이나 채권 투자에 대해 손실이 났다고 해서 사후적으로 책임을 물은 사례가 없다"며 적법한 투자에 대해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사후에 문제를 삼는 것이 적절한지 반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심의위 결정 주목
금감원은 황 회장의 소명 내용이 일리가 있는지 검토한 뒤 다음 달 3일 열릴 제재심의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제재심의위는 황 회장의 소명 자료와 금감원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징계 수준을 확정한다.
제재심의위는 금감원에서 이장영 부원장과 주재성 은행업서비스 본부장,배종혁 법률자문역 등 세 명이 참석하고 금융위에서 추경호 금융정책국장이 나온다. 이 밖에 민간 전문가 3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강동균/김현석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