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해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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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이 기억하는 재난영화의 원조는 '포세이돈 어드벤처'(1972)다. 여객선 포세이돈호가 해저 지진으로 침몰된다. 다음은 '타워링'(74).뉴욕의 초고층 빌딩이 개관 첫날 불길에 휩싸인다. 가장 유명한 건 '타이타닉'(97).초호화 유람선이 첫 항해 중 빙산을 만나 두 동강 난다.
'볼케이노'(97)는 화산 폭발,'딥 임팩트'(98)는 지구와 혜성 충돌로 인한 엄청난 재해를 다룬다. 이들 재난 영화가 붙들고 있는 건 가족애를 포함한 인간애다. 갈등으로 일관하던 가족이 재난 앞에서 사랑을 확인하거나 영웅적 주인공이 주위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타워링'에서 사람들을 구하려는 주인공의 사투는 거룩하고,'타이타닉'에서 연인을 위해 죽는 잭과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 노부부의 사랑은 눈물겹다. '딥 임팩트' 속 부자간의 사랑은 절절하고,'볼케이노'에서 가족을 구하려는 소방관의 노력은 불길보다 뜨겁다.
컴퓨터그래픽(CG) 효과에 기초한 볼거리는 그 다음이다. 해운대 앞바다에 들이닥친 거대한 쓰나미를 소재로 한 영화 '해운대'가 개봉 33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한다. '태극기 휘날리며''실미도''왕의 남자''괴물'에 이어 다섯번째이자 2006년 '괴물'이후 3년 만에 나온 성과다.
평은 엇갈린다. CG는 놀랍고 영화 전편을 관통하는 가족애에 가슴이 뭉클해진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너무 많은 에피소드를 담는 바람에 산만하고 CG 또한 다소 엉성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일부 출연진의 연기와 대사는 신파적이고 진부하다. 좀더 촘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한 달여 만에 1000만 관객이 들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높이 평가할 만하다. 게다가 이 영화엔 민족 분단이나 반미(反美) 같은 정치 · 사회적 요소가 없다. 결국 거창한 주제가 아닌 사람 사는 이야기,살아보려 아등바등하며 울고 웃는 서민들의 이야기만으로 1000만 관객의 공감을 끌어냈다는 얘기다.
평범함에 대한 주목이 만들어낸 비범함인 셈이다. 2006년 이후 한국영화 점유율은 매년 10% 이상 하락했다. 투자 의욕이 줄어들면서 제작 편수도 급감했다. '해운대'의 성공을 놓고 한국영화의 재기 조짐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건 그런 까닭이다. 그러나 또다시 대박만 노리고 대작에 연연하면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해운대의 성공 요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볼케이노'(97)는 화산 폭발,'딥 임팩트'(98)는 지구와 혜성 충돌로 인한 엄청난 재해를 다룬다. 이들 재난 영화가 붙들고 있는 건 가족애를 포함한 인간애다. 갈등으로 일관하던 가족이 재난 앞에서 사랑을 확인하거나 영웅적 주인공이 주위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타워링'에서 사람들을 구하려는 주인공의 사투는 거룩하고,'타이타닉'에서 연인을 위해 죽는 잭과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 노부부의 사랑은 눈물겹다. '딥 임팩트' 속 부자간의 사랑은 절절하고,'볼케이노'에서 가족을 구하려는 소방관의 노력은 불길보다 뜨겁다.
컴퓨터그래픽(CG) 효과에 기초한 볼거리는 그 다음이다. 해운대 앞바다에 들이닥친 거대한 쓰나미를 소재로 한 영화 '해운대'가 개봉 33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한다. '태극기 휘날리며''실미도''왕의 남자''괴물'에 이어 다섯번째이자 2006년 '괴물'이후 3년 만에 나온 성과다.
평은 엇갈린다. CG는 놀랍고 영화 전편을 관통하는 가족애에 가슴이 뭉클해진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너무 많은 에피소드를 담는 바람에 산만하고 CG 또한 다소 엉성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일부 출연진의 연기와 대사는 신파적이고 진부하다. 좀더 촘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한 달여 만에 1000만 관객이 들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높이 평가할 만하다. 게다가 이 영화엔 민족 분단이나 반미(反美) 같은 정치 · 사회적 요소가 없다. 결국 거창한 주제가 아닌 사람 사는 이야기,살아보려 아등바등하며 울고 웃는 서민들의 이야기만으로 1000만 관객의 공감을 끌어냈다는 얘기다.
평범함에 대한 주목이 만들어낸 비범함인 셈이다. 2006년 이후 한국영화 점유율은 매년 10% 이상 하락했다. 투자 의욕이 줄어들면서 제작 편수도 급감했다. '해운대'의 성공을 놓고 한국영화의 재기 조짐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건 그런 까닭이다. 그러나 또다시 대박만 노리고 대작에 연연하면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해운대의 성공 요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