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허술한 보건소 신종플루 검진
입력
수정
최근 몸살 기운이 있고 열이 나는 듯해 보건소에서 신종플루 검진을 받아보기로 했다. 출입처인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가장 가까운 서초보건소에 가기로 하고 전화를 걸었다. 신종플루 검진방법을 묻자 담당자는 대뜸 "주소지가 어디냐?"고 물었다. "주소지를 왜 묻느냐"고 되물었더니 "주소지 보건소에서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부산에 출장가서 신종플루 증상이 나면 서울까지 되돌아와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주소지에 있는 관악보건소가 멀지 않은 터라 굳이 따지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관악보건소에 도착해 안내 직원이 알려준 대로 담당 부서를 찾아갔다. 사무실 안에는 흰 가운을 입은 의사는 보이지 않았다. "신종플루 검진을 받기 위해 왔다"고 말하자 반팔 와이셔츠를 입은 채 책상에서 일하던 한 공무원이 일어나 다가왔다. 그는 다소 귀찮은 표정으로 증상을 물어본 후 "신종플루에 걸리면 열이 나니 체온을 재보자"며 근처에 앉아 있던 공익근무요원으로 보이는 한 청년을 불렀다. 공무원이 "체온계 갖고 열이 나는지 재보라"고 하자 청년은 체온계를 들고 물끄러미 보더니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다. "체온계로 어떻게 재는 겁니까?" 휘둥그레진 기자의 눈을 외면한 채 공무원은 청년에게 체온계 사용방법을 간단히 알려줬다. 청년은 설명을 듣고 나더니 멋쩍은 표정으로 체온계를 기자의 목에 대고 체온을 쟀다. 그가 체온계에 표시된 수치를 얘기하자 공무원은 "열이 없으니 신종플루가 아니다. 가도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종플루가 아니었는지 이후 몸살 기운 등 증상은 사라졌다. 그러나 신종플루 환자가 보건소에 갔을 때 과연 제대로 진단을 받을지에 대한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경기도 보건소장들이 신종플루 비상시국에 도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해외연수를 떠나 파문을 일으켰다. 우리나라 신종플루 환자 수는 벌써 3000명을 돌파했고 사망자도 세 명이나 나왔다. 가을이 되면 더 급속도로 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종플루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한국이 이렇게 된 이유가 과연 신종플루의 강한 전염성 때문만일까. 보건소장은 해외에 있고,국내에는 체온 잴 줄도 모르는 직원이 지키는 보건소가 공범이 아닐까 의심된다.
임도원 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관악보건소에 도착해 안내 직원이 알려준 대로 담당 부서를 찾아갔다. 사무실 안에는 흰 가운을 입은 의사는 보이지 않았다. "신종플루 검진을 받기 위해 왔다"고 말하자 반팔 와이셔츠를 입은 채 책상에서 일하던 한 공무원이 일어나 다가왔다. 그는 다소 귀찮은 표정으로 증상을 물어본 후 "신종플루에 걸리면 열이 나니 체온을 재보자"며 근처에 앉아 있던 공익근무요원으로 보이는 한 청년을 불렀다. 공무원이 "체온계 갖고 열이 나는지 재보라"고 하자 청년은 체온계를 들고 물끄러미 보더니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다. "체온계로 어떻게 재는 겁니까?" 휘둥그레진 기자의 눈을 외면한 채 공무원은 청년에게 체온계 사용방법을 간단히 알려줬다. 청년은 설명을 듣고 나더니 멋쩍은 표정으로 체온계를 기자의 목에 대고 체온을 쟀다. 그가 체온계에 표시된 수치를 얘기하자 공무원은 "열이 없으니 신종플루가 아니다. 가도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종플루가 아니었는지 이후 몸살 기운 등 증상은 사라졌다. 그러나 신종플루 환자가 보건소에 갔을 때 과연 제대로 진단을 받을지에 대한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경기도 보건소장들이 신종플루 비상시국에 도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해외연수를 떠나 파문을 일으켰다. 우리나라 신종플루 환자 수는 벌써 3000명을 돌파했고 사망자도 세 명이나 나왔다. 가을이 되면 더 급속도로 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종플루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한국이 이렇게 된 이유가 과연 신종플루의 강한 전염성 때문만일까. 보건소장은 해외에 있고,국내에는 체온 잴 줄도 모르는 직원이 지키는 보건소가 공범이 아닐까 의심된다.
임도원 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