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국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칼을 들다

명성황후 복수기 이종각 지음│동아일보사│424쪽│1만5000원
명성황후 시해 당시 조선인으로 적극 가담한 우범선과 그를 일본까지 쫓아가 살해한 고영근.개혁을 위해 민비를 제거해야 한다고 믿었던 남자와 국모의 원수를 갚은 남자.

《명성황후 복수기》는 새로운 자료 발굴로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전모를 밝힌 역사 논픽션이다. 조선인 훈련대 대대장 우범선은 1895년 10월8일 명성황후 시해에 나선 주한 일본공사 미우라의 신임을 얻고 사전에 극비 정보를 제공했으며 일본 낭인들이 경복궁에 난입할 때 훈련대 병력을 이끌고 동참했다. 일본으로 망명해 일본 여인과 결혼하고 장남 우장춘을 낳은 그는 자객 고영근의 칼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일본 경찰에 자수한 고영근은 "국모 시해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라고 살해 동기를 밝혔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 저자는 일본의 외교문서와 신문 보도 등을 새로 발굴해 그동안 단편적으로 알려져 있던 우범선 살해사건의 진상과 배경,재판과정을 재구성했다. 사형선고를 받은 고영근의 구명을 위해 고종이 이토 히로부미 등을 상대로 벌인 막후교섭과 러 · 일전쟁을 앞둔 일본이 전쟁 중 조선의 협조를 얻기 위해 '고영근 감형'을 외교적 수단으로 사용한 비화도 밝혔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