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전문가 인터뷰] 헨리 세거만 "한국 경제 시간 지날수록 상황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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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세거만 인터내셔널 인베서트먼트 어드바이저스 사장낙관적인 월가 경제전문가들조차 이번 경기 회복은 예전과 사뭇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 위기와 경기 침체를 동시에 겪으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한동안 소비를 꺼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도 세계 경제 회복 정도에 따라 기상도가 달라질 수 있다.
"우량 대형주가 시장 주도"
'머니&인베스팅' 창간 2주년을 맞아 월가의 대표적 한국시장 전문가인 헨리 세거만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 사장(56)을 만나 한국 시장 전망과 투자전략 등을 들어봤다. 그는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강조하며 코스피지수가 내년 중 사상 최고점을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주요국 주식시장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월가 투자자들은 경제 회복 강도를 어떻게 보고 있나.
"골이 깊었던 만큼 탄력적인 회복을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인들의 소비다. 경기 침체 전에는 미국인들이 빚에 의존해 소비를 즐겼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 침체의 골이 워낙 깊고 실업자가 급증한 탓에 미국인들의 소비 패턴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적어도 5년 정도는 소비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세계 경제 회복에 미국 수요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세계 경제 회복 강도는 인상적이지 않을 수 있다. 2006년과 2007년 초와 같이 강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수요 패턴을 기대하기 어렵다. "
▼한국 경제는 어떻게 보고 있나. 2분기 2.3%(전기 대비)의 깜짝 성장을 기록한 한국 경제는 정부의 각종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3분기에도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개선될 것이다. 3분기는 물론이고 2010년은 올해보다 성장률이 더 높아질 것이다. 세계 주요 시장의 수요가 살아나고 중국은 다시 두 자릿수 성장을 할 것이다. 인도 남미 동남아시아 각국이 점차 효율적인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성장률이 10%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다. 앞으로 10년에 걸쳐 브라질 나이지리아 베트남 멕시코 칠레 케냐 등도 중국과 인도 경제 성장 모델을 모방해 성장률을 급격하게 끌어올릴 것이 확실하다. 한국은 제조업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만큼 상품 판매와 아웃소싱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 "
▼한국 시장에 영향을 미칠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인 요인을 꼽는다면.
"삼성은 유럽에서 노키아와 경쟁해 현지 시장을 잠식하고 있고 현대차는 미국에서 메이저 차 메이커들이 경기 침체 영향으로 두 자릿수 이상 판매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차 판매를 오히려 늘렸다. 이 같은 대기업들의 경영 성과로 인해 한국 주식 시장 전체가 재평가받을 수 있다. 금융 분야는 아직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신용카드와 중소기업 대출 부실화 문제 등은 중장기적으로 주식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 문제도 중요하다. 정부가 경제 활동을 돕는 쪽으로 감독 행정을 펴면 투자자들은 환호하겠지만 기업 심리를 위축시킨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 투자심리에 나쁜 영향을 가져온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어느 정도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 시장이 추가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조정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막상 조정이 시작되면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다. 한국 주가는 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본다. "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할 것으로 보는가. "확신한다. 내년 중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점(2007년 10월31일 2064.85)을 뛰어넘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다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지금 100만달러를 투자하면 20%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주식 투자란 원래 그런 것이다. "
▼어떤 종목들이 주가 상승세를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하나.
"우량 대형주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소형주 중심의 랠리에는 한계가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보고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작년 세계 금융위기 영향으로 타격을 받았으나 아직 주가가 회복되지 않은 대기업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소형주들의 투자 이점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짜릿한 추가 수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들은 저평가된 소형주 발굴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그런 투자자들이 있어야 중소기업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다. "
▼장기 수익률 관점에서 보면 어떤 산업 분야가 유망하다고 볼 수 있나.
"먼저 금융주를 꼽을 수 있다. 금융위기 영향으로 금융주들이 가장 많이 타격을 받았다. 신용위기가 진정되고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 금융주들의 주가가 정상을 되찾을 것이다. 현재 주당 순자산 가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2006년에는 주당순자산가치 배율(PBR)이 2배를 기록했다. 자본 적정성,부실 문제 등을 따져봐야겠지만 은행을 포함한 금융주가 전체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기대한다. 선박 주문 취소 사태에 따른 우려로 주가가 급락한 조선주와 경기 침체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자동차 관련주들도 세계 경기 회복 수혜를 보게 될 것이다. "
▼한국에서 확대 기조의 통화정책을 거둬들이는 출구 전략(exit strategy)이 언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나.
"한국 중앙은행이 급격하게 기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다. 물론 경기가 회복되면 선제적으로 인플레이션을 관리하기 위해 0.25%포인트 정도 기준 금리를 올리는 등의 상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경기가 살아나는 과정에서 재정적자 및 인플레이션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면 주요국들이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민할 것이다. 한국에서 지금 당장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상당 기간 초저금리 시대가 이어질 것이다. "
▼외국 투자자 입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한국 원화 가치는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고 평가하는가.
"환율이 높아 수출이 잘 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원화가치는 앞으로 오를 게 분명하다. 세계 금융위기도 진정되는 추세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중기적으로 1100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출 기업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원화의 구매력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환율 수준이라고 본다. "
▼한국 주식 시장이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어떤 조치들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나.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 우량 기업들이 뉴욕 주식 시장에 많이 상장돼야 한다. 그러면 한국 기업의 투명성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수 십년 전부터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문제에 대해 이런 저런 평가를 하고 있다. 이런 문제가 아직 해소됐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투명성 논란은 상당히 주관적인 것이다. 때문에 투명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행동으로 이런 논란을 없앨 필요가 있다. 주주들이 원하는 게 기업 경영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
▼정부가 추가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정부는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을 좀 더 높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시장이 저평가 상태라는 인식이 있는 만큼 기민하게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국내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받지 않는 거래세를 외국 투자자들에게만 부과하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그런 문제를 해소하면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투자 비중을 늘릴 것이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홍콩처럼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
▼독자들에게 유용한 투자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CNBC에 나오는 짐 크레이머의 '매드 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최악의 주식 추천이다. 매도 추천하면 주가가 오르고 매수하라고 하면 주가가 내릴 때가 허다하다. 60%는 그렇다고 보면 된다. 투자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란 그만큼 어렵다. 신문을 읽지 않고 전문가들의 추천이 없어도 일반인들은 상당한 투자 기법을 이미 갖고 있다. 나름대로 기업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를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합리적인 투자 잣대를 갖도록 도움을 주는 정보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투자는 100% 확신을 갖고 수익을 좇는 게임이 아니다. '머니 & 인베스팅' 발행 2주년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 "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