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이 '비밀 옥새' 만든 이유는?

고종이 일본으로부터 국권을 지키기 위해 비밀리에 사용했던 옥새가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고종 '황제어새(옥새의 높임말)'를 보물 제1618호로 지정키로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어새는 높이 4.8㎝, 가로 5.3㎝, 세로 5.3㎝에 무게 794g이며, 금과 은 합금으로 만들어졌고, '황제어새(皇帝御璽)'라는 글자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어새와 함께 보물이 된 내함(內函. 어새를 넣어 둔 함)은 황동으로 만들어졌다.

이 어새는 대한제국의 국새 등을 수록한 '보인부신총수'에 실리지 않았고, 당시 국새의 일반적 크기에 비해 작게 제작돼 그동안 진위 여부 논란을 빚어왔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황제어새'가 조선시대 국새 제작의 일반적 방식인 합금으로 만들어졌고, 글자를 새겨 넣은 기법도 조선시대 국새 제작의 전통방식을 따랐음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1909년 1월 1일 고종이 호머 헐버트 박사에게 미국에 유학 간 조카 조남복을 잘 돌봐달라고 요청하는 서신 진본에 이 어새가 찍힌 채 발견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1903년 11월 23일 '이태리 군주에게 보낸 친서' 등 이 어새가 사용된 예들을 봤을 때 고종이 일본으로부터 국권을 지키기 위해 비밀리에 제작, 휴대해 사용했다는 점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이는 다른 국새에 비해 작은 크기로 만들어졌고, '보인부신총수'에 수록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한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고종 황제는 일본의 국권 침탈을 막기 위해 비밀 외교활동을 펼치면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어새를 만들 필요성을 가지게 됐다"면서 "기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당시 국새를 관장한 '내대신(內大臣)'의 직제를 통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관장해 사용했기 때문에 남 모르게 휴대하기 편한 크기로 제작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고종은 퇴위 후에도 이 어새를 간직하며 개인적인 용도로 계속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황제어새의 보물 지정이 고종의 주권수호운동 역사를 증명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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