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수당' 의혹 의원 6명 실명 공개

서갑원 의원 변호인 법정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차명으로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소문이 나돈 인사들의 이름이 법정에서 처음으로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규진) 심리로 열린 민주당 서갑원 의원에 대한 공판에서 서 의원 측 변호인은 박 전 회장이 정치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소문난 의원 6명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한나라당 소속 H,A,K의원과 민주당 소속 W,K,L의원이다.

변호인은 이날 증인으로 나선 박 전 회장을 상대로 먼저 "한나라당 H의원에게 2000만원을 전달한 것이 맞느냐"고 추궁했다. 박 전 회장은 이를 시인했고 'H의원이 정승영 정산개발 사장을 통해 고맙다는 말을 전달해온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도 "예"라고 답했다. 이어 변호인이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게 1000만원을,A의원 · K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을 전달한 것이 맞느냐'며 실명을 거론하자 박 전 회장은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회피했다. 또 '민주당 K · W · L의원 등 3명에게도 각각 1000만원을 전달한 것이 맞느냐'며 후원금 전달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박 전 회장은 "진술을 거부하겠다"며 더 이상 답변하지 않았다. 이날 변호인이 의원 6명의 실명을 거론함으로써 박 전 회장이 공식후원금 계좌를 통해 차명으로 정치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거명된 현역 의원은 이미 기소된 한나라당 박진 · 김정권 의원과 민주당 서갑원 · 이광재 의원을 포함해 모두 10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정승영 사장이 박진 의원 공판에서 "'운동화 지급자 명단'을 작성한 뒤 모두 10여명의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줬다. 여야 의원이 반반 정도 분포하고 있다"고 진술한 것과 일치한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후원 대상 의원 명단 가운데 일부 기소하지 않은 의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박 전 회장이 차명으로 돈을 보냈기 때문에 차명 후원금이 박 전 회장 돈이란 사실을 몰랐던 의원은 기소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