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1년] (3) 지구촌 리더들도 명암

버냉키·다이몬·루비니 '귀한신 몸'
그린스펀·풀드·왜고너 '손가락질'
(1부) 격변의 현장을 가다 ③ '마이너스 늪' 벗어난 독일
지난해 9월15일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지구촌 지도자들의 명암도 바꿔놓았다.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기업도산을 막지 못했던 최고경영자(CEO)와 경제 리더들은 비난에 휩싸인 채 퇴장하고 있는 반면,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혜안과 지도력을 보인 인물들은 새로운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위기에서 뜬 인물 중 첫손가락에 꼽히는 사람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2006년 2월 미국 중앙은행 수장에 임명된 버냉키 의장은 초반에만 하더라도 위기를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부실문제가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을 했으나 2007년 하반기부터 헤지펀드 모기지 업체에 이어 대형 투자은행마저 줄줄이 무너지고 경제는 휘청거렸다. 버냉키 의장의 수완은 이때부터 발휘되기 시작했다. 2007년 9월18일 연 5.25%이던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지난해 말엔 제로(0) 수준까지 내리는 공격적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이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자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9100억달러의 경기부양책을 입안하는 데 앞장섰다.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2분기 시장의 예상을 깨고 미국 경제는 -1.0% 성장이라는 선방을 일궈냈다. 이 덕분에 그는 재임에 성공했다.

월가에서 가장 우뚝 일어선 인물은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몬 회장.철저한 위험관리로 서브프라임을 피해나간 그는 위기의 와중에 워싱턴뮤추얼과 베어스턴스를 인수해 JP모건을 미국 최고 금융회사로 끌어올렸다. 한때 씨티그룹 샌포드 웨일의 후계자로 불렸으나 1998년 퇴출당한 그는 미국 금융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대접받고 있다.

학계에선 '닥터 둠(Dr.Doom)'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중앙은행 분야 권위자인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가 각광받고 있다. 2006년 9월 국제통화기금(IMF)연차총회에서 "서브프라임이 세계경제에 대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는 그의 예측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그는 이제 각종 경제포럼에서 초빙 1순위로 꼽히는 경제학자가 됐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중앙은행을 연구한 신 교수는 이번 위기로 중앙은행 역할이 증대되자 '귀하신 몸'이 됐다. 중국의 경제력이 빅2로 평가되면서 국제정치 무대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스타가 됐다. 선진국 정상들조차 그와의 면담을 잡지 못해 안달이라는 후문이다. 지난 7월 초 이탈리아에서 G8정상회의가 열렸으나 후 주석이 위구르자치구 문제로 급거 귀국하자 김이 빠졌을 정도다.

뜨는 인물이 있으면 반드시 지는 인물이 있게 마련.벤 버냉키의 전임자로 18년간 미국 경제를 이끌어온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추락했다. 닷컴 버블 이후 저금리 정책과 금융회사 및 파생상품에 대한 감독소홀로 그는 서브프라임 사태를 몰고 온 장본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리처드 풀드 전 리먼 브러더스 회장은 회사를 망하게 했으면서도 거액의 스톡옵션으로 사치생활을 해 온 것이 알려지자 전 임직원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다. 존 테인 전 메릴린치 회장이나 케네스 루이스 전 BOA 회장도 비슷한 처지다.

산업계에선 릭 왜고너 전 GM 회장이 101년 전통을 갖고 있는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의 파산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있다. 금융위기 와중에 월가 역사상 최대 사기행각을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이사장은 150년형을 선고받아 감옥에서 생을 마감해야 할 처지다.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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