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선택한 일본] (3·끝) 게이단렌, 민주당과 '새 파이프라인' 찾기 골몰

암초 산적한 민주號

민주당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일본 재계가 정권 실세들과의 인맥 구축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50여년간 자민당과 밀월 관계를 맺어온 바람에 민주당 인사들과는 별다른 '파이프 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간판 재계단체인 게이단렌 관계자는 "앞으로 재계의 민원을 민주당의 누구한테 부탁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실토했다.

재계 인사 중에서 그나마 민주당 실세와 친분이 있는 사람은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 정도다. 이나모리 회장은 1980년대 미 · 일 전기통신 교섭 때 일본 측 창구였던 오자와 이치로 당시 자민당 의원(현재 민주당 대표대행)과 알게 돼 지금까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총선 전 민주당 대회에 참석해 '정권 교체'를 주창할 정도로 민주당 편이다. 오자와 대표대행은 자민당 간사장 시절 재계에 선거자금으로 300억엔(약 3900억원)이란 거금을 요구해 걷을 정도로 기업인들과 가까웠다. 그러나 그 당시 친했던 재계 인사들은 지금 거의 현직에 없다. 게이단렌 관계자는 "오자와 대표대행과 친한 이나모리 명예회장도 재계의 주류라고 볼 수는 없고,게이단렌과도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파이프 라인이 없는 게이단렌으로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게이단렌이 그동안 정치헌금에서 민주당을 크게 차별했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게이단렌은 2007년 자민당에는 29억엔을 헌금한 반면 민주당에는 3%도 안 되는 8000만엔밖에 주지 않았다. 그래서 민주당 정권과 '불편한 관계'가 될까봐 전전긍긍이다.

정권과 불편해지면 손해 보는 건 재계다. 이미 민주당은 공약에서 기업의 정치헌금을 금지시키겠다고 못박고,제조업의 파견근로 금지,기업 세액공제 축소 등 재계가 싫어하는 정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 정권에서 정치권과 재계가 '주고받던' 관계를 청산하겠다는 얘기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주요 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민주당의 공약 중 앞으로 수정이 필요한 것으론 '고속도로 무료화'가 60% 가까이 차지,가장 많았다. 다음은 '제조업에 대한 근로자 파견 금지'로 49%에 달했다. 경영자들은 "근로자 파견 금지와 같은 규제를 강화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정부는 기업에 고용을 강요하지 말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당에 대한 주문으로는 60%를 넘는 응답자가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성장을 중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