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센 부처' 일수록 가족 재산신고 꺼린다

감사원 직원들 고지거부 비율 33%로 가장 높아
중앙부처 전체 17.5%…재정부ㆍ대검ㆍ식약청順
감사원 기획재정부 대검찰청 등 힘센 기관일수록 공직자 직계 존 · 비속의 재산신고율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희철 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 윤리복무관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0여개 중앙부처 가운데 감사원의 친족고지거부율이 32.7%로 1위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31.5%)와 대검찰청(27.2%),식품의약품안전청(25.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체 고지거부율 17.5%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중앙부처 소속 총 재산등록의무자 10만7841명의 등록대상 친족은 32만5358명.이 가운데 재산고지를 거부한 사람은 5만6794명으로 전체의 17.5%에 달한다. 특히 거부율 1위를 차지한 감사원은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어느 기관보다 청렴해야 할 의무가 있다. 높은 순위를 차지한 재정부,국세청(24.8%),관세청(23.5%)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재산신고를 거부할 수 있었던 건 고지거부제도 때문이다. 이 제도는 재산공개 대상인 고위 공직자의 직계 존 · 비속이 공직자 본인과 독립된 생계를 유지할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허가를 얻어 재산공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공직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생활을 침해당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다. 공직자윤리법 제12조에 공직자의 직계 존 · 비속이 피부양자가 아닌 경우 재산 고지를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공직자 본인과 그의 배우자는 필히 재산신고를 해야 하지만 공직자의 부모,자식의 경우 분가해서 따로 경제활동을 할 경우 재산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과거 참여정부 때 아들의 재산 공개를 거부했던 모 부총리는 본인 소유의 경기도 수원 땅에 아들이 건물을 지어 임대업을 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 끝에 결국 옷을 벗었다.

행안부는 이 제도가 공직자 본인의 재산을 축소,은닉하거나 세금 탈루의 수단으로 오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2007년부터 사후심사제에서 사전심사제로 바꿔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친족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50% 기준만 충족될 경우 허가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고지거부율이 가장 낮게 나온 부처는 국방부(6.1%),병무청(6.3%),농촌진흥청(7.8%),방위사업청(8.1%),국가보훈처(9.2%) 등의 순이었다. 김 의원은 "가장 청렴하고 투명해야 할 고위부처의 공직자들이 정작 자신의 직계 존 · 비속 재산신고 고지를 거부한다면 실제로 재산은닉이나 세금탈루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의심받을 여지가 많다"며 "이번 국정감사 때 이 문제를 확실히 짚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