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끝나지 않은 日선거혁명

자민당 불신 정권교체로 이어져, 내년 참의원선거가 양당체제 가름
"자민당에 대한 불만이 민주당의 표가 됐다. " 선거결과에 대한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의 발언이다. 이 발언은 민주당에 대한 기대보다는 자민당 정권에 대한 절망감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국민들의 열망이 민주당의 정권교체로 나타난 것을 인정한 것이다. 자민당의 간부조차 "자민당의 시대적인 역할은 끝났다"고 할 정도로 이번 선거 결과는 자민당에 대한 깊은 불신을 나타낸 것이다.

이 점에서 이번 일본 민주당의 역사적인 승리는 단지 '바람'으로 끝나기보다는 일본 정치의 새로운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것이다. 일본 정치의 흐름에서 본다면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는 전후에 처음 일어난 대사건이다. 그리고 이번 정권교체는 일본 국민들의 감정과 정책 변화에서 기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우선 일본 국민들의 불만이 자민당 정권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 정권교체를 이룩한 점이다. 지금까지 자민당은 국민의 비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1당을 놓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정권 교체는 대단한 변화다. 이 변화의 조짐은 2005년 고이즈미 총리 당시'우정민영화'를 둘러싼 찬반 선거에서부터 일어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당시 자민당은 고이즈미의 열풍으로 300석의 압승을 거두었지만,이때부터 자민당의 조직 선거는 약화되면서 무정당파의 동향이 선거결과를 좌우하게 된 것이다.

이번 선거에는 아소 총리의 무능력이 더해져 지난번에 의석 300석을 가지고 있는 자민당이 119석으로 괴멸하게 된 것이다. 오죽하면 "고이즈미가 자민당을 파괴시켰고,아소는 민주당 정권을 만들어주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 선거 결과는 무정당파층의 의향에 따라 언제든지 일본에서 정권교체가 가능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다. 그렇다고 본격적인 양당시대로 변화됐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일본정치에서 양당 정치가 전개되기 위해서는 자민당이 다음 중의원 선거까지 야당으로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자민당은 1993년 호소카와 정권 시기 10개월 남짓 야당으로 있었던 시기를 제외하고 야당 경험이 없다. 그래서인지 1994년에는 정책적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회당과 연립정권을 모색해 여당으로 복귀했다. 이 점에서 자민당의 국회의원들이 야당의 길을 참지 못하고 민주당에 들어간다든지 오자와 이치로와 함께 정계개편을 모색하면 일본정치는 다시 요동칠 수 있다. 둘째,민주당의 정책은 관료주도에서 정치주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에 국회의원을 약 100명 배치함으로써 정책결정을 정치인 주도로 바꾸겠다는 대담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예산과 외교의 기본방침을 결정하기 위해 총리 직속의 국가전략국과 행정쇄신회의 창설 등을 주장하고 있다.

당장은 민주당이 정부에 파견하는 유능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지,또한 국가전략국을 법적으로 신속히 형성할 수 있을지 등 과제는 남아 있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내년 참의원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치주도의 정책 변화는 적극적으로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심각한 문제는 외교 정책적인 문제에서 민주당내의 컨센서스를 이룩할 수 있을지,또는 사회당이나 국민신당과의 정책 조율이 유연하게 될지가 중요하다. 하토야마 대표도 이점을 의식했는지 "정권이 발족하면 3개월이 중요한 승부처다. 연말의 예산 편성을 잘하게 되면 장기집권도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경제정책이나 외교정책에서 일본 국민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보여준 것은 아니다. 이점에서 민주당의 정권교체로 인해 일본 정치가 새로운 양당체제로 들어섰는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민주당이 국민의 변화요구에 부응해 내년 참의원선거에서도 승리하느냐가 관전포인트다. 일본정치의 방향은 그 이후에 가서야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진창수 <세종硏 일본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