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확인서 떼와라"…병원 북새통

학교ㆍ일부 기업 확인서 없으면 등교ㆍ출근 막아
녹십자, 백신 임상시험자 선착순 100명 모집
신종플루 확산에 대한 공포가 갈수록 증폭되면서 병원과 보건소에는 감염여부를 확인하러 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신종플루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확인서를 발급받아 등교하거나 출근하도록 유도하는 학교,학원,직장이 늘고 있어서다. 신종플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일부 학부모들은 가지도 않은 '해외여행'을 이유로 자녀들을 등교시키지 않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학교가 신종플루 감염 위험지역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확인서 떼와라"인천시 남동공단에 있는 A사는 얼마 전 공장 입구에 손세척기를 설치한 것도 불안해 아예 직원들에게 신종플루 감염여부를 확인한 뒤 출근하도록 지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어제 회사 측으로부터 신종플루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확인서를 떼어 출근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10,11월 신종플루가 대유행한다고 하는데 매일 확인서를 뗄 수도 없고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방학을 마친 전국 대부분의 초 · 중 · 고등학교들은 개학을 앞두고 일일이 학생들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해외여행 여부 확인에 나서기도 했다. 얼마 전 두 아들을 데리고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다녀온 박수진씨(38)는 "귀국 하루 전날 남편이 전화로 학교 측의 주문사항을 전해줬다"며 "개학날 자녀를 등교시키지 말고 신종플루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확인서를 발급받아 학교로 보내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요즘 병원이나 보건소에 신종플루 감염여부를 확인하러 오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양시 일산 관동대 명지병원 관계자는 "방학 중 외국 연수를 다녀왔거나 고열이 나서 신종플루가 의심되는 학생들이 학교에 확인서를 내야 한다며 찾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오늘(3일) 오전에만 14건을 발급해줬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의 한 동네의원 원장은 "많을 때는 하루에 확인서 70건을 발급해준적도 있다"며 "확인서 발급하느라 요즘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하루 서너 건씩 확인서 발급 신청이 들어오고 있는데 요청이 쇄도할 것을 우려해 진단서 발급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대신 염색체증폭검사(PCR)를 받은 환자에 한해 검사결과지를 발급해 신종플루 여부를 확인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여행' 속이고 학교 안 보내기도

신종플루 확산으로 휴교하는 학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학부모들은 다녀오지도 않은 '해외여행'을 핑계로 자녀들을 등교시키지 않고 있다. 경기도 안성에 사는 박모씨(40)는 "개학을 앞두고 학교에서 해외여행 여부를 묻기에 '그렇다'고 답하고 일주일 정도 학교를 보내지 않았다"며 "자칫 등교시켰다가 신종플루에 감염될까 두려워서 한 결정"이라고 털어놨다.

신종플루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인터넷에선 불안심리를 악용한 상혼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단순한 항바이러스 제품인데도 버젓이 타미플루라고 속여 파는 사이트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공문을 낸 바 있는데,일반인이 예방 목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판매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다만 일반의약품이 아니고 전문의약품일 경우 '의사의 처방전이 있으면 구매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데 의사로부터 처방을 받게 되더라도 예방 목적으로는 결코 판매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한 국내 임상시험이 오는 7일부터 시작된다.

녹십자(대표 허재회)는 신종플루 백신 임상시험을 위해 만 65세 이상 성인을 선착순으로 100여명 모집한다고 3일 밝혔다. 임상시험은 고려대 구로병원과 안산병원,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에서 진행된다. 회사 측은 "임상시험 참가자는 무료로 21일 간격으로 백신을 두 번 접종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만성 질병으로 약을 복용 중이거나 최근 한 달 내 발열이 있었던 사람,닭고기나 계란 등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참여할 수 없다.

김동민/정종호/이관우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