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총괄하는 지경부, 정책결정과정 목소리 더 내야"

최경환 지경부 장관 내정자
개각이 발표된 지난 3일 밤 서울의 한 호프집.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가 기자들을 만났다. 서초동 자택 앞에서 지경부를 담당하는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서 마련한 자리였다.

첫 대면이어서 어색한 분위기가 잠시 감돌았다. 하지만 포부와 현안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최 내정자는 관료와 언론인을 거친 한나라당 내 '정책통'답게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갔다. '지경부가 정책을 주도하지 못한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관료생활 당시 느낀 것에 비해 정책 부처로서 위상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실물경제를 총괄하는 부처로서 정책 결정에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지경부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실물경제 집행 기능이 강조되면서 정책 기능이 떨어졌는데 중요한 것은 누가 아이디어를 내고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잡느냐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지경부도 정책 개발에 더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호프집 분위기는 '미니 청문회'처럼 바뀌어 갔다. '재산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최 내정자는 솔직담백하게 답했다. 그는 "사실 재산이 좀 있다"며 "하지만 나와 아내 이름으로 땅을 판 적은 있지만 땅을 산 적은 없다"고 했다. 최 내정자는 "장인이 대구에서 사업을 하셨는데 특별한 유언 없이 돌아가셨다. 재산 배분에 대한 유언이 없어 딸 아들에게 법정 비율대로 유산을 배분했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보유 재산 대부분은 부인이 장인으로부터 물려받은 땅 덕분이라는 설명이었다.

개각 발표 사흘 전 '쌀 직불금 문제로 검증에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최 내정자는 이에 대해 "막내인 나에게 농사를 맡기려던 부친이 시골 땅 600평을 물려준 것이 있는데 이를 마을의 형뻘 되는 사람이 농사를 지으면서 나도 모르게 직불금을 받아갔다"며 "직불금을 받은 의원 명단이 일부 언론에 공개됐을 당시 문제가 되지 않았고 당사자도 나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현안에 대해선 비교적 말을 아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문제에 대해서는 "지역구(경북 경산 · 청도)에서도 SSM에 대한 의견이 아파트 주민과 상인 간에 엇갈리고 있다"고만 했다. 최 내정자는 2시간여의 대화가 끝날 무렵 이윤호 지경부 장관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경제기획원 선배이고 연세대와 미국 위스콘신대 동문이기도 해 가까운 사이"라며 "'이 선배가 레일을 깔아 놓았으니 이를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전화 통화에서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