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개인, 블루칩 '치고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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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경계 vs 추가상승' 맞서 매매공방블루칩들의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코스피지수가 횡보하는 양상이다.
거래대금 6일 연속 10조원 넘나들어
특히 지난 7~8월 상승장을 이끌었던 정보기술(IT)과 자동차주는 이달 들어 차익 실현 매물이 눈에 띄게 늘어나 약세로 돌아섰다. 그렇지만 추가 상승 기대도 강해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심리와 충돌하면서 외국인과 개인 간 매매 공방이 치열해져 거래대금은 연일 1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시장은 방향을 탐색하며 에너지를 축적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대형주보다는 기관과 개인 매수세가 유입되는 중 · 소형주들이 각개약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개인투자자 3일째 매수 우위
4일 코스피지수는 4.63포인트(0.29%) 떨어진 1608.90으로 마감했다. 전날 뉴욕증시가 반등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상승 출발한 지수는 기관과 외국인 매물로 하락세로 돌아서 장중 1600선을 내줬다. 하지만 개인들이 활발하게 저가 매수에 나서고 상하이지수가 상승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돼 낙폭이 줄었다.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600억원 이상 순매수해 3일째 매수 우위를 보였다. 반면 외국인은 3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규모는 97억원에 그쳤다. 개인들은 이날 삼성전기 기아차 삼성SDI LG전자 삼성전자 등을 주로 사들였고 외국인은 현대모비스 삼성전자 LG화학 LG전자 등 그동안 많이 오른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에 나섰다. 특히 외국인 순매도가 압도적이었던 현대모비스와 삼성전자는 기관 순매수 1~2위에 올랐고 개인들이 많이 처분한 신세계와 KB금융 KT 등은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포진하는 등 투자 주체별로 매매 공방이 치열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심으로 매매 공방이 벌어지면서 거래대금은 급증세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한 총 거래대금은 지난달 28일 10조원을 넘은 이후 6일째 9조~10조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이달 들어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추세적인 매도세로 돌아선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주요 국가와 비교해 한국의 경기 회복과 기업이익 증가세가 우월해 외국인이 매도 공세를 펼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다만 단기적으로는 수급상 쉬어가는 흐름이 예상돼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T · 자동차 과속경계론 '솔솔'
시장이 횡보하는 사이 업종 간 주가 흐름은 차별화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IT와 자동차주는 연일 쏟아지는 차익 실현 매물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실적 호조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는 여전하지만 지나친 '쏠림현상'으로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탓에 과속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차츰 커지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현대모비스를 600억원 이상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현대차 등 자동차 관련주와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대형 IT주를 집중 처분했다.
삼성전자는 골드만삭스 UBS 노무라 등 외국계 창구로 매물이 쏟아져 1.03% 하락했다. 하이닉스는 거래량이 2100만주를 넘어서며 5.67% 급락했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에 대해 "3분기에 2500억원대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등 실적개선세는 분명하지만 주가가 더 오르기에는 부담이 된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그는 "이미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충분히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올해 수익률이 기대 이상이라면 비중을 점차 줄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최근 랠리에 대한 부담으로 각각 0.46%와 3.47% 하락했다.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은 보고서에서 "자동차주들의 주가가 기대감으로 너무 올랐다"면서 "자동차 수요는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대로 내년이 아니라 2011년에야 본격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 이상규 전무는 "외국인은 IT와 자동차주의 성장성은 믿고 있지만 보유 비중이 많이 늘었고 증시 전반에 대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수익률이 높은 종목 위주로 비중 조절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매도 강도를 키울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많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외국인은 IT 자동차 등의 비중을 줄이면서 시장에서 한발짝 물러났다"면서도 "선물시장에선 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추세적인 매도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 부장은 "외국인이 쉴 경우 기관과 개인이 사들이는 중소형주가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해영/강지연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