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투자자산 평가익 8000억 '대박'

물량 많은 삼성전자 급등따라… 포스코 등 6社도 1천억 넘어
증시 상승으로 상장사들의 투자유가증권 평가이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 상반기에만 8000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3분기 들어서도 코스피지수는 15%가량 추가 상승해 이들 기업의 평가이익은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4일 한국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투자유가증권 평가이익은 모두 2조675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보유주식 가치가 급락하면서 9조4582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상장사들의 투자유가증권 잔액도 43조5686억원으로 불어났다. 회계상 투자자산은 크게 '매도가능증권'과 경영권을 행사하는 자회사나 계열사 지분인 '지분법적용 투자주식'으로 구분되며,각각 투자자산평가손익과 지분법평가손익이 발생한다.

삼성전자 591만주(3.48%)를 비롯해 4조5500억원 규모의 투자유가증권을 보유한 삼성물산은 올 상반기 8004억원의 평가이익을 얻었다. 7월 이후 급상승한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80만원 근처까지 올라 3분기 들어서만 삼성전자 주식에서 1조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물산은 삼성카드(2.39%) 삼성테크윈(4.28%) 삼성정밀화학(5.59%) 등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

조윤원 한신평정보 과장(회계사)은 "삼성전자가 더 오를 경우 삼성물산은 올해 2조원 이상의 평가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대감 덕분에 삼성물산은 지난달 20%나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 밖에 삼성전자(2350억원) 포스코(2337억원) 현대중공업(2265억원) SK텔레콤(1897억원) 제일모직(1850억원) 삼성SDI(1311억원) 등 6개사도 투자자산 평가이익이 1000억원을 넘었다.

포스코는 경영권 안정을 위해 지분을 맞교환한 KB금융지주(2.35%)의 지분가치가 급등한 덕을 봤다. 또 현대중공업은 현대차(3.45%) 기아차(0.02%) 등의 주가 상승으로 대규모 평가이익이 발생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3분기 현대차가 사상 최고가까지 치솟으면서 현대차에서만 추가로 3300억원가량의 평가이익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증권 투자잔액이 시가총액을 웃도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유니온은 지난 2일 기준 시가총액이 948억원에 불과하지만 투자자산 평가금액은 2008억원으로 두 배나 된다. 동부건설 동부정밀화학 대한화섬 일성신약 조선내화 등도 투자한 주식의 가치가 자신의 시가총액을 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동양에스텍 인포뱅크 이니시스 유진기업 대동스틸 삼정피앤에이 프롬써어티 파인디지털 신천개발 등이 시가총액보다 투자유가증권 평가액이 많은 기업들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4분기부터 물가상승률 문제가 불거지면 자산주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때 투자자산 가치가 높은 기업들도 주목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다만 "유가증권의 자산 가치만 볼 게 아니라 본래 사업의 수익성과 성장성도 함께 고려해 투자종목을 선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