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자오즈민 "골프 1등한 아들처럼 사업가로 금메달 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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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아마골프 최연소 우승한 안병훈' 어머니 자오즈민 옴니텔차이나 대표자오즈민 옴니텔차이나 대표를 최근 서울 구로동 디지털산업단지 내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녀의 아들 안병훈군이 지난달 31일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최연소 챔피언에 오른 경사가 있은 직후였다. 탁구국가대표 안재형 선수와 나눈 '국경을 뛰어넘은 사랑'이 결혼으로 결실을 맺은 지 20년.탁구 챔피언 부부의 아들은 이렇게 성장했다. 자오즈민 대표 자신도 중국에서 휴대폰 부가서비스 사업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왼손 드라이브를 칠 때 찰랑이던 생머리의 자오즈민을 떠올리며 첫 질문을 던졌다.
▼46세로 알고 있습니다. 미모를 유지하는 비결이 있으신지요. "그런 것은 따로 없는데… 김치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요?"
▼병훈군이 큰 대회에서 우승해 기쁘시겠어요.
"당시 전 중국에 있었어요. 시합이 끝나고 병훈이와 바로 전화통화를 못했어요. 병훈이가 며칠 동안 계속 외국 언론과 인터뷰를 해서 바빴어요. 저랑 남편은 너무 신났는데 막상 본인은 우승하는 순간 담담했다고 하더라고요. 전화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상대편한테 미안해서 그랬다고 하더군요. 시합을 치르면서 많이 어른스러워진 것 같아요. "▼직접 만나지는 못하신거군요.
"6월에 미국에 같이 있다가 중국으로 왔어요. 못본 지 두 달 정도 됐네요. 원래 8월 중순에 또 미국에 갈 계획이었는데 회사 일 때문에 못갔어요. 병훈이는 남편한테 '엄마가 만약에 미국 와서 내 시합 봤으면 긴장해서 쓰러졌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네요. 이달에는 병훈이가 10일부터 열리는 한국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8일 귀국해요. 그때 저도 한국에 들어와 만나려고요. "
▼언제부터 아들에게 골프를 가르쳤나요. "6살 때였어요. 남편이 아침마다 골프연습장에 갔어요. 어느날 병훈이도 깨서 뛰어 놀고 있었죠.제가 애를 돌봐주기 힘들 것 같아서 연습장에 같이 데리고 가라고 해서 둘이 같이 갔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연습하는 거 보고 자기도 치겠다면서 골프채 가지고 혼자 놀았다더군요. 그 이후로 남편이 연습장 갈 때마다 데리고 갔어요. 소질이 보이는 것 같아 초등학교 1학년 때 코치를 붙여주고 본격적으로 가르쳤죠.2005년 말에는 남편이 미국 플로리다로 데려가 유학을 시켰고요. "
▼아들이 어릴 때 뚱뚱한 편이고 달리기도 못했다던데요.
"빠른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조금 통통했죠.골프에는 오히려 더 좋았어요. 하체는 탄탄하고 상체는 부드러웠거든요. 그리고 성격면에서는 승부욕이 강해요. 저희한테 물려받았나봐요. "▼탁구를 시킬 생각은 없었나요.
"탁구는 애초부터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선수 생명이 짧잖아요. 20대 넘어가면 못하니까. 골프는 50살까지 할 수 있는데 말이죠.그런데 병훈이가 가르친 적도 없는데 탁구도 잘쳐요. 빠른 몸 움직임을 위한 훈련을 위해 가끔 탁구를 치게 하는데 탁구선수랑 똑같은 폼을 내요. 병훈이 아빠가 '탁구 이렇게 잘하는데 골프를 괜히 시켰나'라고 한 적도 있어요. "
▼골프를 시키고 힘들었던 적은 없었는지요.
"처음에는 골프가 쉬운 운동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애가 많이 힘들어했어요. 미국에서는 방학에 아침부터 몇시간이고 연습하는데 날씨는 너무 덥고.남편이 일 때문에 한국에 오자 애가 잘 못먹어서 그런지 쓰러지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제가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골프 그만두고 한국에 들어와라'고 설득했죠.그런데 '엄마,골프는 제 인생이에요. 골프 없으면 못살아요'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남편이 대한항공 탁구 감독직까지 포기하고 미국에 건너가 함께 있기로 했어요. 저는 골프를 못치는 데다 사업이 한창이었거든요. 남편은 골프실력이 80대 중반이어서 캐디와 매니저 역할을 해줘요. 특히 마인드컨트롤하는 방법을 잘 가르치죠.병훈이가 실력은 좋아도 아직 어리잖아요. 경기가 잘 안 풀리면 흔들리는데 이걸 남편이 잘 잡아줘요. 이번 결승전에서도 병훈이가 세 번째,네 번째 홀까지는 잘하지 못했는데 마음을 안정시켜서 이길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
▼아들의 향후 진로는요.
"이번 우승에 들뜨지 않고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다음을 준비하자는 게 우리 가족의 생각이에요.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꾸준하게 코스를 밟을 거예요. 내년 9월에 UC버클리대학 입학이 예정돼 있고요. 전공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
▼동생을 안 낳은 이유는 뭔가요.
"제가 형제가 많아요. 1남6녀 중에 다섯째예요. 어렸을 때 맘대로 먹고 싶은 거 못먹고 사고 싶은 옷 못샀죠.나중에 애 낳으면 하나밖에 안 낳겠다고 그때부터 결심했었어요. 만약 첫 애가 딸이었으면 하나 더 낳았을지 몰라요. 마침 첫 아이가 아들이었어요. 나중에 시어머니께서 하나 더 낳으라고 했는데 그때도 더 낳아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후회돼요. 특히 병훈이가 미국에서 쓰러졌을 때 더욱 그랬죠.남편한테 '하나 더 낳을까?' 하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남편이 나이 들어서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말리더군요. "
▼옴니텔차이나 대표를 맡게 된 계기는 뭔가요.
"원래 SK이노이스란 정보기술(IT) 업체의 고문을 맡고 있었어요. 중국 통신회사들과 교류하는 역할이었죠.당시 중국 지인들로부터 한국의 이동통신 부가서비스가 뛰어난데 이를 중국에 도입하면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에 김경선 옴니텔 사장의 지인을 통해 김 사장을 만나게 됐죠.옴니텔이 코스닥에 등록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옴니텔은 중국 이동통신 부가서비스 사업 진출에 관심이 많았어요. 만나다 보니 믿을 수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죠.그래서 SK이노이스에 사표를 내고 옴니텔의 자회사인 옴니텔차이나 대표직을 맡게 된 거예요. "
▼사업 성과는 어떤지요.
"옴니텔차이나는 중국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차이나모바일에 통화연결음 등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요. 통화연결음 서비스 '차이링짜짜'는 중국에서 최근 월 정액고객만 1000만명을 넘겼죠.작년 매출이 73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76억원이었어요. 이익률도 올해는 작년에 비해 두 배로 올라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요. 상반기 실적만으로도 내년 상장 요건은 충분히 달성했다고 봐요. 이르면 내년 하반기쯤이 아닐까 생각해요. 상하이와 홍콩 중 한 곳에 상장할 거예요. 저울질 중이죠.계획대로라면 한국기업으로선 최초로 중국증시에 상장하는 셈이 될 거예요. 이 정도로 잘하는 회사는 많지 않아요. "
▼사업이 힘들지 않나요.
"한국에서는 '탁구밖에 모르는데 다른 것 할 수 있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그러나 중국에서는 '탁구를 잘하면 다른 것은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 IT가 재미있어요. 중국 우정대에서 통신과 관련한 MBA도 땄어요. 제가 또 운이 좋은 편이에요. 어려울 때면 주위에 사람이 나타나서 도와주곤 해요. 지금 중국 이동통신사 간부급 대부분이 탁구선수 때의 저를 아직도 기억하더라고요. 다만 탁구는 일단 시합이 끝나면 풀어져서 쉴 수 있는데 사업은 끊임없이 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 힘들긴 하네요. 그래도 전 탁구가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
▼'기러기 엄마'이신데, 외롭지 않으세요.
"아쉬운 것은 우리 가족이 지금 함께 안 살고 있다는 거예요. 할 수 없어요.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하죠.남편은 제 입장에서 많이 생각해줘요. 서로 외로운 것에 대해서는 얘기를 안 해요. 가슴이 아프잖아요. "
▼사업가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병훈이가 골프를 잘한 것처럼 저도 사업가로서 잘하고 싶어요. 이제 시작이죠.중국 이동통신 부가서비스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싶어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쉬지 않고 전진하려고요.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