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유탄 맞은 수자원公, 내년 3조2000억원 떠안아

부채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
정부가 내년도 4대강 사업 예산과 관련,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예산액의 절반 가까이를 수자원공사에 분담토록 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4대강 예산의 증액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 소유 공기업에 예산의 상당액을 떠넘기는 형태로 피해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는 내년도 4대강 사업에 투입될 6조7000억원 예산 가운데 3조5000억원은 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 3조2000억원은 수자원공사에 분담토록 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에 대해 "단기간에 집중되는 재정 부담을 줄이고 개발이익을 공공 부문으로 환수하기 위해 수자원공사의 역할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0년에 이어 2011년과 2012년에도 4대강 사업에 투입될 예산 중 상당액을 수자원공사에 추가 분담토록 할 방침이다. 2012년까지 4대강 사업에 투자될 예산은 총 15조4000억원(직접사업비 기준)으로 이 가운데 수자원공사는 8조원의 투자를 떠맡게 된다. 정 장관은 "수자원공사는 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필요한 투자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향후 3년에 걸쳐 8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시장에서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을지,또 조달한다 하더라도 수자원공사의 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 4~5일 예산안을 놓고 토론이 벌어진 한나라당 연찬회에서도 상당수 의원들이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수자원공사의 부채비율이 20% 정도로 공기업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수공이 4대강 사업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또 수자원공사가 4대강 예산투입에 따른 재정 보충 방법으로 물값을 올릴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물값을 인상할 만한 다른 이유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4대강 사업 지출 부담을 이유로 물값을 올리지는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