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용품질 1위 기업] 써 본 고객은 안다…'사용 품질' 높여야 장수 브랜드

한국표준협회 KS-QEI

왜 하필이면 '사용품질(使用品質)'인가. 지난 과거에는 생산 중심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고객 중심의 시대라 할 수 있다. 과거의 품질관리가 규격 적합품의 생산이었다면 오늘날의 품질관리는 규격 적합은 물론 사용 적합성에 대한 품질까지 확보해야 하는 시대다. 즉 사용품질이 우수한 제품만이 경쟁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논리가 마케팅 불변의 가치가 된 것이다. 사용품질이란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면서 경험하는 실체적이고 실증적인 고객 중심의 품질로 규격이나 표준 · 설계 등 공급자가 관리하는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품질과는 대비되는 개념이다. 세계적 마케팅 학자인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는 "진취적인 기업은 회사의 전 조직을 '고객 중심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한다.

사용품질의 우수성이 강조되고 있는 요즘 2005년부터 KS제품 중 특히 우수한 제품을 발굴하기 위해 개발한 한국사용품질지수(KS-QEI)는 시대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KS-QEI는 한국표준협회와 한국품질경영학회 지수연구회가 KS제품을 포함한 모든 제품의 사용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 품질측정 모델로,해당 기업의 제품을 구매 또는 이용한 경험이 있는 고객과 해당 제품 전문가를 대상으로 사용품질의 우수성 및 만족도를 매년 조사 · 발표하는 종합지표다. 성능,적합성,신뢰성,서비스,이미지 등 고객 중심의 객관적인 항목으로 평가한다. 특히 올해는 KS 제품뿐만 아니라 일반 제품과 서비스 제품에까지 사용품질의 개념을 확대해 그 평가대상 품목을 넓혔다. 협회 관계자는 "국내 산업표준인 KS인증을 받은 제품의 품질 수준이 그렇지 않은 제품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특히 '신뢰성' 항목에서 일반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디자인과 기업 이미지,품질의 상대적 우수성을 나타내는 '이미지' 항목에서도 지난해보다 다소 개선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올해는 일반 소비자들이 전문가보다 '이미지'에 더 중점을 두고 평가한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후원하고 한국표준협회(회장 최갑홍)가 주최한 '2009 KS-QEI)'는 24개 KS제품과 45개 일반제품을 포함해 총 69개 제품, 232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4월28일부터 5월22일까지 전국의 소비자와 전문가 4만6400명을 표본 추출해 조사했다.

이번 조사 결과 소비재와 산업재가 두루 포진한 KS제품(698.73)이 소비재가 대부분인 일반제품(692.55)에 비해 지수상으로 평균 6.18점(만점 1000점) 높았다. 연도별로는 KS제품의 경우 전반적으로 2007년까지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선풍기를 비롯 에어컨,가스보일러,전기냉장고,김치냉장고,디지털도어록,자동차용 배터리 등 21개 제품은 품질 우수성의 척도인 700점을 넘겼다. 전체 조사제품 중 87.5%의 제품에서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첫 평가 대상에 포함된 아파트,인터넷전화,IPTV,영상통화 등 서비스 부문의 경우 소비자가 전문가보다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이는 서비스 부문이 소비재나 산업재와 달리 신뢰성 차원에서 소비자와 전문가의 간격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KS제품군의 연속 수상 실적을 보면 에이스침대(주택용 보통침대)와 아이에스동서(도자기질 타일)가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델코(자동차 배터리)와 삼성전자(냉장고),LG전자(에어컨),위니아만도(김치냉장고),금강(구두) 등이 4년 연속 1위를 지켰다. 또 3년 연속 1위 기업은 쌍용양회(포틀랜드 시멘트)가,2년 연속 1위 기업은 게이트맨(디지털 도어록)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퍼시스(사무용 가구)와 경동나비엔(기름연소 보일러)은 올해 새로 1위로 선정됐다.

산업재 제품군에서는 자동차배터리 부문의 델코가 755.03으로 1위를,소비재 제품군에서는 전기냉장고 부문의 삼성전자(지펠)가 754.55로 1위를,서비스군에서는 아파트부문의 포스코건설(더?t)이 719.49로 1위를 각각 차지했다. 표준협회 관계자는 "전문가 평가는 우수했으나 소비자 평가가 좋지 않아 대부분 기업들의 사용품질지수가 내려갔다"며 "이는 소비자의 사용품질 기대치와 전문가가 제시하는 품질수준 사이에 많은 간격을 보여준 것으로 고객의 사용 및 쓰임새 중심의 품질경영 없이는 품질개선은 물론 우수한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상식은 10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오키드룸에서 열린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