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행복도시의 正道 여당이 말할때다

야당시절 충청표겨냥 합의 책임커, 결자해지 심정으로 재검토 나서길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가 행정복합도시 수정을 언급한 것에 대해 지금 충청권과 야권 정치세력이 극렬하게 매도하고 있다. 오늘날 행복도시문제는 충청권 정치집단이 독점하고 있음을 과시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중대한 국가사업이 언제까지 특정정치세력의 이해(利害)에 떠밀려 다녀야 하는가. 총리 내정자가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지극히 적절하며,이 기회에 정부는 그동안 건드리지 못한 행복도시문제를 공론(公論)에 부쳐 합리적 해결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행정복합도시가 수많은 문제를 가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 도시는 현재 여의도 25배의 땅에 인구 50만명 유치를 목표로 건설 중이지만 앞으로 그 절반이나 채울지도 의심스러운 형편이다. 이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무원 1만여명조차 40%만 가족을 동반하겠다는 사정이기 때문이다. 이 도시는 국가균형 발전에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충청남도는 지난 10년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누렸고 이런 충청도 개발은 수도-충청권과 기타 지역생활권과의 격차를 오히려 확대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이른바 '수도분할'의 폐해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국가가 일부러 정부의 머리와 몸통을 두 도시에 분리시켜 운영한다는 발상이 도대체 어떤 문명국가에서 가당한 일인가. 국가에 중대사가 발생할 때 대통령,국무총리,장관,요직 공무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제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겠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 장관시절 한 달간 39차례나 청와대 국무총리 국회와 회동했음을 상기시키며 "해양수산부를 부산에 옮긴다면 서울에 따로 사무실을 두고 장관이 주재해야 할 것"임을 말한 바 있다. 국무회의나 국회개원 때는 장관뿐만 아니라 차관 국장 팀장 사무관까지 줄줄이 서울로 올라가 준비해야 한다. 현재 대전에 있는 조달청 중소기업청의 장들도 근무일의 절반을 서울나들이에 소비한다고 한다. 행정부서가 지방으로 옮기면 민원과 업무협조,기타 목적으로 출입하는 기업의 임직원,전문가,외국인,일반시민 등도 시간과 비용,불쾌함을 치르고 지방에 내려가야 한다. 이것이 공복(公僕)을 자처하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인가.

따라서 행정도시 수정의 제1원칙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행정부 이전'을 철회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이뤄진 투자나 약속,충청도민의 압력 같은 것 때문에 밀려 넘어갈 일이 아니다. 지금의 행정부 이전이 잘못된 것이라면 10~20년 후 우리 후배들이 다시 정부청사를 합친다고 고생할 것이 분명하다. 1990년 통일 후 수도를 베를린으로 정하고 16개 부처 중 6개를 본에 잔류시킨 독일이 지금 바로 이런 상태다. 두 도시에는 오늘날 250개의 이중 사무소가 운영되고,공무원 통근과 이사 보조비로 연간 2억유로가 지출되고,751t의 공문서 수발이 발생한다. 행정비능률,정책조정과 의사소통 문제 때문에 본 정부를 베를린으로 통합하는 문제가 지금 국가적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위의 모든 행복도시 난장(亂場)의 실질적 원인자는 다름 아닌 한나라당이다. 2005년 행복도시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 한나라당은 거대야당으로서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처음 당 의원총회는 "새만금 10배의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들끓었지만 충청권 국회의원들을 대변한 당 대표가 "앞으로 공공기관 이전 등 문제가 생기면 그때 막을 수 있다"고 설득하자 법안을 합의통과시켜 주었다. 이 당은 표 계산과 기회주의의 유혹에 빠져 국가에 막중한 해독을 끼침을 알면서도 행복도시의 탄생역할을 맡은 수치스러운 전력을 벗을 수 없다. 새로 총리될 분이 어려운 문제의 말문을 열었으니 여당 정치인들이 스스로의 소신을 밝힐 차례다.

김영봉 <중앙대 명예교수ㆍ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