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복지예산 늘린다는데 재원확보 대책은 있나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골격이 드러났다. 정부는 7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2009 예산안 및 쟁점 이슈'를 통해 복지예산을 올해보다 5조원 늘려 비중을 역대 최고로 끌어 올리고 4대강 사업에도 불구, 사회간접자본(SOC)과 국방 예산 규모를 축소(縮小)시키지 않는 등 확장적인 재정 기조를 내년에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마디로 경제위기로 고통 받는 서민 중산층을 위한 예산을 대폭 늘리는 동시에 재정의 경기 부양 역할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내년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친서민'과 '경기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정부의 예산안은 그 취지만 놓고 보면 나무랄 데가 없다. 문제는 복지,SOC,4대강,국방 등 온통 늘리는 부분만 있을 뿐 줄이겠다는 분야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내년 전체 예산규모는 올해 총예산보다 소폭 줄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과연 가능한 일인지부터가 의문이다. 어떤 사업 예산의 대폭 감축이 가능한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또 4대강 사업 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정부예산이 아닌 수자원공사 부담으로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이 또한 눈가리고 아웅식이다. 어차피 돈은 국민들 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더라도 여전히 재정확보 문제는 남는다. 당장 올해도 감세로 인한 세수부족이 발등의 불인데 내년 예산의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법인세 소득세율 인하 유보 등 각종 세수 확보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어느 것도 쉽게 결정할 사안이 못된다. 각종 이해집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국회에서 정부의 증세계획이 정부안대로 통과되리란 보장도 없다. 때문에 벌써부터 내년에도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국채발행을 통해 추가경정예산을 짜야 하는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럴 경우 이미 GDP의 35%대인 국가채무는 더욱 늘어나고 재정 건전성은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불요불급한 선심성 예산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 좀 더 효율성 있는 예산 편성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세수확보책 역시 치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