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박의 마켓인사이트]금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19세기 골드러시와 현대판 골드러시의 비교

‘골드러시’는 19세기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에서 금광이 발견된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려 든 현상과 함께 태어난 표현 어구이다.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시가 자랑하는 미국 최고 명문 풋볼팀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49ers)의 팀 이름도 1849년에 캘리포니아로 온 사람들을 칭하는 ‘포티-나이너즈’에서 유래된 것이다. 한마디로 미 합중국의 캘리포니아 주는 금과 함께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21세기 판 골드러시가 재현되는 것일까? 최근 금 가격이 온스 당 1,000 달러 부근까지 치솟으면서 금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일단 국내 외의 많은 투자가들이 지속적인 금 가격 상승에 베팅을 하면서 단기적으로 온스 당 1,000 달러 돌파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많은 금융기관들이 금 관련 상품을 추가적으로 출시할 조짐이다.

19세기 골드러시는 실제로 눈 앞에 금맥이 펼쳐지면서 벌어진 실제적인 사회 현상이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골드러시 현상은 정당한 것일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바이 골드’ 현상은 달러통화 약세 현상과 궤를 같이 한다. 대략 논리는 다음과 같다.

역사를 통틀어 지금까지 채굴된 금의 양은 약 142,000톤이다. 금 가격이 온스 당 1,000 달러라고 가정할 때 현재 세계 곳곳에 있는 금을 다 모으면 4조 5천 달러어치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의 과잉 공급에 따라 (달러의) 가격 ‘붕괴’가 불가피함으로 결국 세계 금융시스템은 다시 금본위 체제로 회귀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유로달러(미국 외에서 창출된 달러)를 제외하더라도 현재 미국의 현금유동성(M2)이 약 8조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금 가격이 달러 가치와 균형을 이루는 수준인 온스 당 2,000 달러까지 상승해야 한다는 것이다.나는 이 그럴듯한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 금의 가격 상승 시나리오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논리의 전제, 그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로 금본위 체제는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우선 금본위 체제에서는 약 달러 정책에 따른 유동성 공급이 불가능하다. 금 페러티(gold parity)를 유지하기 위하여 미국은 금리를 높게 유지하여야 하며 이는 리세션의 고착화를 낳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의 경제정책이 탄력적으로 운용될 수 없다면 세계경제는 구조적 불황의 늪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격 왜곡 가능성에 있다. 금본위 체제에서는 장기 물가 수준이 금이 얼마나 채굴되느냐에 의하여 결정된다. 예컨대 세계 최대 금 매장량 보유국인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러시아의 정세가 불안정하면 세계경제는 디플레이션에 빠지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금본위 체제는 디플레이션 편향적 성격을 지닌다. 정리하자면 금본위 체제는 현 경제시스템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긴커녕 오히려 수많은 문제를 낳게 될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파업만 보더라도 그렇다. 다른 업종의 근로자와는 달리 금 채굴 광부들의 파업은 엄청난 파급을 부를 것이다. 왜냐하면 금 공급 중단(disruption)에 대한 두려움이 금 가격을 상승시키게 되고, 이는 또한 산업 재로 쓰이는 다른 금속 광물의 가격마저 상승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의 결과는? 실물경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도리어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출현이다.

높은 산일수록 계곡이 깊듯이 오늘날의 잉여수요주의 신경제시스템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일련의 고통을 낳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잉여수요에 초점을 맞추는 신경제시스템에 내재된 구조적 문제는 분명 해결되어야 하지만 금본위 체제로의 회귀는 최선의 방법도, 최적의 방법도 아니다.

세계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아직도 금본위 체제가 논의되는 이유는 수천 년에 걸쳐 습관적으로 내려온 인류의 금 숭배 전통 때문이다. 잉여수요에 초점을 맞추는 신경제시스템의 문제는 사실상 법정지급준비율 인상에 따른 총 유동성의 체계적 관리와 탄소세 부과를 통한 잉여수요 억제가 동반된다면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하다. (문제는 이미 잉여수요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들이 이를 원하느냐에 있다. 이사할 때 이삿짐 센터의 도움 없이 모든 일을 직접 하는 경우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치솟는 유가만큼 늘어나는 것은 우리의 허리 둘레에 쌓여가는 지방이다. 아이러니하게 우리는 살을 빼기 위해 추가적으로 소비한다. 피트니스 센터, 다이어트 기능식품, 건강제 등을 만드는데 추가적인 탄소에너지가 쓰인다. 이것이 바로 잉여수요주의 신경제시스템에 내재되어 있는 이 피할 수 없는 악순환의 연결고리이다.)일각에서는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금의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것도 만족할만한 대답이 될 수 없다. 실제로 사회경제에서 유통되는 모든 재와 서비스의 가격과 금 가격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은 전체 수요의 60%가 장신구를 만드는데 쓰인다. 사람들은 소득 증가가 확연할 때 보석과 장신구의 소비를 늘리기 때문에 금은 인플레이션 사이클의 마지막 국면의 경제 상황을 보여줄 뿐이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개념에서 사회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은 금이 아니라 은과 동이다. 전체 생산량의 3분의 2 이상이 실생활에 쓰이는 은이나 생산량 전부가 산업 재로 쓰이는 동은 사회의 총체적 가격 수준을 항시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3년 말부터 지금까지의 움직임을 보면 가격 상승은 금, 은, 동 순서가 아니라 동, 은, 금 순이다. (2003년 말을 분석의 시작점으로 잡는 이유는 채권수익률커브가 암시하는 경제 상황이 지금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오늘까지를 전 정점(저점)에서 현 정점(저점)까지의 완전한 경기사이클에 가장 근접한 샘플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에 목격된 은과 동의 가격 상승에 따라 금의 가격 모멘텀은 유지될 수 있고 조만간 온스 당 1,0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높다. 뚜렷한 논리적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림수(round number)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기괴한 시장 속성상 금 가격이 1,000달러를 돌파하면 많은 수사학적 표현이 언론을 도배할 것이다. 나는 독자 여러분이 비논리적인 수사에 현혹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진정한 ‘골드러시’의 유일한 전제는 매우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금본위 체제로의 귀환이다. 만약 구조적 인플레이션 상승에 확신이 있다면 금 보다는 은과 동에 베팅하는 것이 보다 더 합리적인 선택이다. 일례로 은의 경우 현재까지 2003년 말 이후 172%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연 평균 19.3%의 증가를 의미한다. 연간 가격 상승 폭이 추가수요, 단위 당 비용, 그리고 유동성의 증가에 따른 명목 인플레이션 효과의 함수라 한다면 적정 수준의 연 평균 증가율은 약 17~18%로 계산된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의 (은의) 가격 상승이 과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며 분위기에 따라서는 추가 상승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 평균 25% 이상의 높은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동의 전망도 나쁘지 않다. 동의 경우 전자, 기계, 건설 등 경제 활동 전반에 걸쳐 쓰이는 가장 보편적인 산업 재이며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추가수요를 일으킬 수 있는 산업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분석은 옳은 전제에 기초한다. 금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1억 원의 연봉, 주가 2,000 시대와 같은 표현처럼 온스 당 ‘1,000 달러’라는 어림수에 빠지지 말고 “왜?”에 대하여 깊이 고민해야 한다. 현상의 본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 법이고 전망이 무엇이건 간에 모든 전망에는 원하는 결과를 구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최적의 선택이 있는 법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19세기 골드러시는 실제로 눈 앞에 금맥이 펼쳐 지면서 벌어진 사회 현상이었다. 눈 앞에 금맥도 없는데 러시하는 것은 그리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러시(rush)’는 빠르게 달려가는 것을 뜻하지만 흥분 상태를 표현하는데도 쓰이는 단어이다. /알프레드 박 에셋플러스자산운용 글로벌본부 본부장 겸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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