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금융위기 '고름짜기' 1년…경제위기 정말 벗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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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경제학에게 길을 묻다 / 김인준 지음/ 중앙북스/ 336쪽/ 1만8000원
지난해 9월 세계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신청을 한 것으로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극심한 세계 경기침체를 가져왔다. 위기의 발원지인 미국뿐만 아니라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릴 것 없이 강타한 금융불안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대외경제에 의존적인 우리 경제는 미국보다 더 심각한 침체를 경험했다.
그러나 위기 발생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금융위기의 원인은 무엇인지,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대응은 어떠했는지,위기가 우리경제에 미친 영향이 왜 더 컸는지,우리의 향후 위기 대응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한민국,경제학에게 길을 묻다》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준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다섯 개의 장과 부록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금융위기의 원인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먼저 금융위기의 시발점인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무엇인가를 요약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급증과 부실화 과정,투자은행들의 다단계 증권화 과정을 통해 어떻게 금융위기가 발생했는가를 여러 가지 예와 도표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또 가장 선진화됐다던 미국 금융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위기 발생이 시장실패 탓인지,정부실패 탓인지를 조목조목 분석하고 있다.
2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금융위기의 정책대응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미국 정책대응의 핵심은 유동성 공급확대,금융 구조조정,재정지출 확대와 정부의 규제 · 감독 강화인데 이를 상세하게 서술하고 비판과 조언도 곁들였다. 특히 부실화된 대형 은행들과 부실자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국유화를 시도하고 있지만,이보다 정부 주도의 배드뱅크를 만들어 금융기관 부실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G20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3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련한 우리 경제 현안을 여섯 가지 질문으로 요약하고 이를 하나하나 분석한다. 질문과 답변식으로 서술하고 많은 관련 자료나 그래프를 활용하기 때문에 연구자와 학생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자료들을 따라 읽어보면 일반 독자도 우리 경제 현안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내용은 금융시스템 안정성,급등한 단기외채,환율 변동성,한국과 미국의 주가동조화,부동산 거품,세계불황에 따른 수출감소 문제들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핵심 문제들이라는 면에서 저자의 통찰력과 지식이 빛나는 대목이다.
4장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금융위기 관련 현안들을 효율적으로 풀기 위해 여덟 가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과감한 유동성 공급과 금융 · 기업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중소기업 지원 및 서비스 · 에너지산업에 투자할 것을 권고한다. 인위적인 임금삭감 정책을 비판하고 금융위기로 인한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는 소득정책을 권하고 있다.
금산분리는 금융 건전성을 위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분리에서 나올 수 있는 거시감독 시스템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중심의 통화금융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장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1장에서 4장까지 요약하고,1997년 외환위기 극복과정과 지난 5월에 있었던 저자와 폴 크루그만 교수의 특별대담을 부록으로 실었다. 부록에 있는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 대한 서술은 연구자들에게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저자가 국제금융 분야의 석학일 뿐만 아니라 금융통화위원을 역임하는 등 실물분야에도 밝아 핵심 경제현안을 파악하고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데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이 책에서 얻을 점은 장마다 독자들의 흥미와 이해를 돕기에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어려운 용어들을 알기 쉽게 해석하고 일반 독자,연구자와 학생들이 충분히 이해할 만큼 쉽게 썼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에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서는 이 책 한 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백승관 홍익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