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화 열띤 경연…탐나는 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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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문화 올림픽' 델픽 결산#1.지난 10일 제주도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참가번호 3번 김유나씨가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애절한 해금 연주를 끝내고 물러나자 참가번호 4번 라티프 칸씨가 화려한 원색의 인도전통 의상 차림에 인도 전통 현악기인 모창을 신나게 튕겨댔다. 이날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의 1,2현 악기 경연 부문에는 6개국 16개팀이 자국의 전통 악기로 자웅을 겨뤘다.
#2.제주세계델픽대회 셋째날인 11일 제주도 제주국립박물관 소극장에서 열린 시낭송 경연부문에는 13개국의 시인 28명이 다양한 형식으로 자작시를 자국어로 낭송했다. 싱가포르의 크리스토퍼 존 무니씨는 싱가포르의 아파트를 담은 영상을 배경으로 영어로 '내 아파트의 경치'를 읊으며 기타를 쳤다. 무대 한 켠에 놓인 스크린에는 시의 원문과 한국어 번역이 나타났다. 일본의 에마 유키후네씨는 가만히 서서 편지를 소재로 한 시 '아침의 환희'를 일본어로 읊조렸다. 세계 54개국의 410명 참가자들은 14일 막을 내리는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에서 다양한 경연을 펼쳤다. 세계델픽대회는 세계 문화예술인들이 참가하는 '문화 올림픽'이다. 고대 그리스시대에 음악 · 무용 · 시의 신인 아폴론에게 바쳐진 문화예술제전의 현대판이다. 고대 제전이 아폴로 신전이 있는 델픽에서 열렸기 때문에 대회 명칭도 델픽이라 붙였다. 크리스찬 키르시 국제델픽위원회 사무총장(독일)의 주도로 1994년 국제델픽위원회가 만들어 졌으며,2000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1회 대회,2005년 말레이시아의 쿠칭에서 2회 대회가 열린 데 이어 이번에 제주에서 3회 대회가 열린 것.
키르시 사무총장은 "평화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문화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문을 열어야 한다"며 "타고르가 말한 '동방의 등불'인 한국에서 다시 한 번 등불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선 타악 · 현악 · 아카펠라 등의 음악 및 음향 예술 부문,탈춤 · 즉흥마임 등의 공연 예술 부문,그래픽스토리텔링 · 조각 · 다큐멘터리 등의 공예 · 디자인 · 시각예술 부문,시낭송의 언어 예술 부문 등 총 6개 부문 18종 분야에서 경연이 펼쳐졌다. 프로와 아마추어 구분없이 만 19세 이상의 모든 성인이 참가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는 탈춤 분야의 인도 농민들에서부터 시낭송 분야의 기성 등단 시인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시낭송 부문에 참가한 시인 오시열씨는 "시낭송 음반을 내는 등 평소 시낭송에 관심이 많고 주위 지인들의 권유로 출전했다"며 "시낭송은 단지 특정 언어의 시를 읽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연과 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심사기준은 독창성,예술성,완성도 등을 바탕으로 각 분야의 심사위원들이 토론을 통해 마련했다. 경연 참가자들에게는 다양한 상이 수여된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참가자에게 델픽메달상(금,은,동)을 주고 탁월한 협업을 보여준 이에게는 델픽 리라상을,독특하고 예술적 가치가 있는 고유의 전통 문화를 보여준 참가자에게는 델픽 로렐상을 수여한다. 10일 치러진 1,2현 악기 경연 부분에서 인도의 전통악기인 빈을 연주한 프라샤나 고고이씨는 독특한 음색을 선보여 델픽 로렐상을 받았고 11일의 시낭송 경연에서는 몽골의 곤칙 수흐조리그씨가 팀을 이뤄 협력적인 시낭송 무대를 연출해 델픽 리라상을 탔다.
제주=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