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차등감자 추진…상하이차 지분은 대부분 소각

15일 회생안 제출…무담보 채권자에 50% 미만 변제
정부 "재무적 투자자도 쌍용차 인수 가능"

법정관리 중인 쌍용자동차가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소액주주에 대해 차등 감자(자본금 감액)를 실시한다. 쌍용차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회생계획안을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상하이차가 갖고 있는 주식 6200만주(51.33%)에 대해 16 대 1 등 전량 소각에 준하는 대규모 감자를 실시하되,소액주주 지분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작은 비율로 자본금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소액주주에 대한 감자 비율은 5 대 1,10 대 1 등의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쌍용차가 유동성 위기를 맞아 법정관리에 들어가기까지 대주주 책임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차등감자하겠다는 복안이다. 쌍용차는 2000년 2월과 2002년 6월 각각 4.65 대 1 및 10 대 1의 무상감자를 실시한 적이 있다. 산업은행 등 담보 채권자의 경우 회생채권을 갖고 있는 만큼 채무를 전액 보전해주되,부품협력업체 및 해외 무보증 전환사채(CB) 등 무담보 채권자에 대해선 50% 미만의 변제율을 적용키로 했다.

쌍용차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생존의 기로에 놓인 만큼 채무 변제율이 낮고 감자 폭이 큰 것"이라며 "채권자 희생보다 주주 희생이 더 커야 한다는 법적 규정이 있는 만큼 소액주주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쌍용차가 회생계획안에서 적시한 채무는 총 1조2600억원 정도다. 이 중 산업은행에 지고 있는 담보 채무가 2500억원,협력업체 등에 갚아야 할 상거래 채무가 4500억원 정도다. 자본잠식 상태인 쌍용차는 일부 채권자에 대해선 대규모 출자전환도 추진한다. 쌍용차는 감자 후 즉각 증자를 실시해 유동성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법원은 회생계획안을 제출받으면 △쌍용차의 계속기업 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은 지 △후(後)순위 채권자가 선(先)순위보다 더 많은 금액을 변제받는 것은 아닌지 등을 따지게 된다. 별도로 회계법인을 조사위원으로 지정,회생계획안이 실현 가능한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법원은 회생계획안이 일단 법적 요건을 충족시켰다고 판단하면 오는 11월6일께 2차 관계인 집회를 열기로 했다. 채권단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다. 계획안의 가부를 표결로 결정하는 3차 집회기일은 별도로 정한다. 채권기관들이 계획안을 수용하면 쌍용차는 국제 입찰을 거쳐 회생의 길을 걷게 되지만,반대의 경우엔 간판을 내리고 빚잔치에 나서게 된다.

현재로선 청산보다 회생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장기 투자자를 찾기만 하면 쌍용차의 생존이 채권자 이해에 좀더 부합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영을 지속적으로 책임질 전략적 투자자(SI)뿐만 아니라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I)에도 매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략적 투자자 중에선 선뜻 인수할 곳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당국자는 "쌍용차 인수 대상이 반드시 제조업체일 필요는 없지만 자금 동원력과 평판 등에서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쌍용차가 산업은행에 요청하고 있는 신차 개발비는 새로운 경영주체가 맡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구조조정 목적으로 산은을 통해 지원한 1300억원 이외에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뜻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