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파산 1년…'뉴 노멀' 시대 열린다

저성장ㆍ고실업…절제된 소비와 저축
정부 시장개입 강화…신흥국 입김 세져
지난해 9월15일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는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주택가격이 끝없이 오를 것이라는 맹신이 깨지면서 자본시장에 대한 믿음도 함께 무너졌다.

리먼 파산 1년,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한 결과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던 경제위기는 수습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이는 '출구 전략'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 결과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3분기에 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에서 벗어나도 경제 패턴과 질서가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뉴 노멀(New Normal · 새로운 표준)'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뉴 노멀의 주요 특징으로는 △저성장 · 고실업 △합리적 소비와 저축 확대 △큰 정부 △입김 세지는 신흥국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의 개막이다. 세계 최대 채권회사인 핌코의 빌 그로스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지난 25년간에 비해 절반의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경제가 살아나도 실업률이 5%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기대는 몽상"이라고 주장했다.

리먼 사태 이전 마이너스였던 저축률은 4%를 넘어섰다. 경제위기는 미국인들의 지갑을 닫아버리고,절제된 소비와 저축을 미덕으로 만들고 있다. 시장이 주도하는 자본주의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정부의 시장 개입은 또 다른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70년 전 존 메이나드 케인스가 주창했던 '동물적 본능(animal spirit)'을 정부가 앞장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조지 애커로프,로버트 실러)도 힘을 얻었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점도 금융위기 이후 중요한 변화로 꼽힌다. 신흥시장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40% 이상이며 향후 더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