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국인이 '미네르바 그림자' 걷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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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먼파산후 1년 한국증시지난해 9월16일.3일간의 추석 연휴를 마치고 여의도로 복귀한 펀드매니저들은 증시가 개장되기 무섭게 손절매성 매도 주문을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올 외국인 23조 순매수… IT·車·2차전지株는 '더블'도
전날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전격적으로 신청한 데 따라 미국 다우지수가 500포인트 이상 급락한 영향으로 코스피지수가 개장 초부터 7% 이상 폭락해서다. 결국 이날 지수는 6.10%나 떨어진 1387.75로 거래를 마쳤다. 15일은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다. '대공황 이래 최대 위기''100년 만에 찾아온 금융 재앙' 등 글로벌 증시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던 공포심은 이제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코스피지수는 14일 현재 리먼 사태 때보다 18% 더 올랐다. 한국 증시는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과 풍부한 유동성,기업 실적의 빠른 회복 등 '삼박자'가 들어맞으면서 블루칩이 회복을 주도했다. 2차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등 핵심 신성장 동력주들은 1년 새 주가가 100% 이상 급등했다.
◆외국인 '바이 코리아'가 증시 견인지난해 리먼 사태 당시 여의도 증권가엔 해외와 마찬가지로 우울한 전망이 가득했다. 10월9일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이 급히 모여 기준금리 인하와 금융위기 공동 대응에 합의했지만 리먼 충격은 오히려 확산되기만 했다. 급기야 코스피지수는 10월27일 장중 900포인트가 깨지기도 했다.
이 즈음 투자자들은 '미네르바 괴담'에 또 한번 떨었다. 당시 인터넷 경제논객으로 유명세를 탔던 미네르바는 "코스피지수가 5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패닉상태로 몰리던 증시를 더욱 위축시켰다.
뉴욕 증시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리먼 충격으로 10,000선을 내준 다우지수는 11월19일과 20일 연속으로 5% 이상 폭락하며 7550선까지 밀렸다. 다행히 국내 증시는 미국보다 먼저 반등의 실마리를 잡으며 회생 가능성을 보였다. 10월 말 한 · 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이어 금융당국은 12월11일 기준금리를 4%에서 3%로 1%포인트나 낮췄다. 당시 인하폭은 사상 최대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넘어서 '상상하지 못한 파격적인 인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11월 말 1000선을 회복한 지수는 올해 초 1200대까지 상승하며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외환시장에서 복병이 나타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외환 부족으로 경제위기가 닥칠 것이란 '3월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지수는 올 3월 초 1000선까지 다시 하락해 증시 침체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미국에선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 신청이란 악재가 날아들었다.
이무렵 외국인이 증시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올 1분기 이후 한국 대표 기업의 실적 개선이 뚜렷해질 것으로 판단한 외국인은 3월부터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4월과 5월에는 월간 순매수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섰다. 외국인이 타깃으로 삼은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대형주들이 뜀박질을 시작하자 지수는 5월 초 1400선을 회복하며 단숨에 리먼 사태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외국인은 올해 23조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블루칩은 주가 더블
지난 5월 이후 2개월여 동안 횡보하던 지수는 7월 중순 이후 재랠리를 펼치며 1600선 등정에 성공했다.
증시 상승의 주역은 한국을 대표하는 블루칩들이었다. 삼성전자는 장중 80만원,현대차는 11만8000원을 찍으며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과정에서 2차전지와 LED 등 그린정책 수혜주들은 주가가 수직상승했다. LG화학 삼성전기 삼성테크윈 LG이노텍 엔씨소프트 등은 리먼 사태 때와 비교해 주가가 100% 이상 올랐다. 삼성전자 삼성SDI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정보기술(IT) 자동차 업종의 대표주는 1년 새 50% 넘게 상승하며 글로벌 구조조정의 승자효과를 톡톡히 봤다. 현대제철 고려아연 현대하이스코 등 소재주와 대우증권 동양종금증권 등 증권주도 주가가 50% 이상 상승한 상태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