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ㆍ쇼핑 규제풀고 인프라 확충…고소득층 국내소비 늘린다

'내수 활성화' 방안

정부가 16일 발표한 내수활성화 방안은 고소득층 지갑 열기,해외 관광객 유치,광고시장 규제 완화 등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자동차 세제 지원 등으로 일부 소비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전반적인 소비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라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특히 소비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의 소비 감소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도 많아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고소득층의 소비 진작을 위해 상수원보호구역 골프장 신설 허용,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신용카드 사용 허용 등 각종 규제 완화책을 내놓았다.

◆고소득층 지갑 열어라정부는 고소득층이 돈을 쓸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고급 레저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먼저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눠 총 40여곳을 선정,요트 등 해양스포츠시설과 리조트 등을 갖춘 '마리나 항만'을 짓는다는 방침이다. 대상지역은 연말까지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거쳐 선정하기로 했다. 요트 등 해양레저용 선박에 대한 안전검사,승무원 탑승기준도 완화해주고 요트조종면허도 내년부터 대한요트협회 등 민간단체에서 일정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취득한 것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수도권 일대 상수원보호구역(취수지점으로부터 7㎞ 상류지역)과 대청호 일대 등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에 회원제 골프장 건설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들 지역에는 현재 대중 골프장만 지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내 골프장을 늘려 급증하는 해외 골프 관광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내년부터 프로야구장 등 경기장에 영화관,대형마트,워터파크,골프장 등 각종 문화 · 수익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기로 했다. 정부는 경기장에 대한 규제 완화가 계획대로 된다면 13개 지자체와 5개 프로야구 구단에서 총 2조69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관광객 및 외국인 환자 유치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각종 규제 완화도 추진된다. 우선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해진다. 지금은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으로만 카지노칩을 구입할 수 있으나 앞으로는 해외에서 발행된 신용카드에 한해 카지노칩 구입이 허용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외국인 전용 카지노 이용객의 불편이 사라져 카지노 사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쇼핑인증제도 2010년부터 도입된다. 관광 서비스 품질 수준이 높은 상점 등을 대상으로 정부가 쇼핑인증을 부여하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국내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 밖에 외국인 환자의 국내 유치에 가장 큰 걸림돌인 의료분쟁 신뢰도 향상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환자의 의료분쟁에 대해서는 중앙의료심사위원회가 직접 중재해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의료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광고시장 규제 확 푼다정부는 내수진작 대책의 일환으로 케이블 방송에만 허용하고 있는 '먹는 샘물' 광고를 내년부터 지상파 방송에도 허용하기로 했다. 또 단계적으로 위성TV,인터넷TV(IP-TV),DMB를 통한 광고도 허용해줄 방침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먹는 샘물 광고가 수돗물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점 때문에 지상파 등에는 허용하지 않았으나 방송시장 발전추세에 맞춰 부적절한 규제라 판단해 풀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병 · 의원 광고도 현재 신문 등 인쇄매체에 대해서만 허용하는 것을 내년 말까지 관련 법을 개정해 케이블 방송에까지 허용해 주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부터 지상파,케이블 방송을 통한 웨딩플랜대행업과 결혼중개업 광고도 허용하기로 했다.

◆공무원 월 1회 연차휴가 의무화

정부는 휴가문화를 선진국형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261시간으로 캐나다(1733시간),독일(1353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다. 정부는 이에 따라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장시간 근로관행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이달부터 정부부처를 중심으로 매달 하루 연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종태/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