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韓銀-정부 갈등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네

금리전쟁 김학렬 지음/학민사/536쪽/1만9500원
1997년 말 한국은행법이 개정되면서 재정경제부 장관이 맡고 있던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한국은행 총재가 맡게 됐다. 금통위는 통화신용 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여서 한국은행의 위상도 그만큼 높아졌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독립은 여전히 한은의 과제였다. 법으로는 독립이 보장됐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정부와 '독립투쟁'을 벌여야 했기 때문이다. 11년 만의 한은법 개정과 관련해 한은에 금융회사 단독조사권을 주는 문제로 한은과 정부가 현재 맞서고 있는 것도 그런 갈등의 하나다.

이 책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2002년까지 금리정책 등을 둘러싸고 전개됐던 정부와 한은의 대립과 갈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은 · 정부 · 국회의 공식 문서와 신문기사 · 논설,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비화까지 씨줄 · 날줄로 삼아 한은에 대한 정부의 금리정책 간섭을 시기별,유형별로 나눠 살핀다. 외환위기 극복과정의 통화정책과 이에 대한 정부의 간섭 및 한은의 대응,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 등을 생생하게 되살렸다. 저자는 이 기간 전철환 한은 총재(2004년 작고)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인물.그는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경제성장과 그 부작용인 물가 · 부동산 가격의 불안정 및 경상수지 적자가 반복되는 롤러코스터 경제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이를 통해 금리정책에 간섭했던 정부의 행태가 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보여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