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블루칩 올라타야 하나" 문의 빗발

●코스피 1700 육박…고민 깊어가는 개미들
상승장서 소외된 중소형주 투자자들 애태워
대형주 투자자는 '꼭지 어디냐' 매도시점 재며 여유
코스피지수가 17일 장중 1700을 넘어서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우량 대형주인 블루칩을 집중 매입하면서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코스닥 등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한 개인들은 별로 재미를 못 봐 "지금이라도 블루칩으로 갈아타야 하는 게 아니냐"며 애를 태우고 있다. 반면 진작부터 대형주에 올라 탔던 투자자들은 몇 개월 사이에 수익률이 50~100%에 달해 매도 시점을 저울질하며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증권사 일선 지점 관계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났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전화 문의와 내방객이 크게 늘어 객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재미 본 개미들 '차익 실현' 고민

최근 각 증권사 영업점들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빨라졌다. 지수가 지난달 중순 1600을 넘어선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1700선에 육박하자 고객 문의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아 한국투자증권 마포지점장은 "대개 하루 10통가량 걸려오던 고객 전화가 최근에는 30통 이상으로 급증했고 지점 방문객 수도 두 배 넘게 늘었다"고 전했다. 국내 증시의 빠른 회복세와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지수에 편입된다는 기대감으로 전반적인 증시 분위기가 호전된 결과다. 다만 개인투자자들도 철저하게 '양극화'된 상황이다. 김문준 HMC투자증권 울산지점 차장은 "대형주를 들고 있는 고객은 수익을 많이 낸 만큼 추가 매수보다는 꺾이는 시점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중소형주와 코스닥에 투자한 개인들은 세 명 중 한 명은 여전히 원금 손실을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소형주뿐만 아니라 대형주에서도 조선주나 증권주 건설주 등을 보유한 개인들은 상대적으로 체감 수익률이 낮아 허탈감이 큰 상황이다. 그러나 언제 순환매가 생겨 보유 종목의 주가가 오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선뜻 팔지도 못한다는 지적이다.

코스피지수는 가파르게 오르지만 증권사 일선 객장의 분위기는 2000선을 향해 치닫던 2007년 같은 '축제 분위기'는 결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장범 유진투자증권 도곡지점장은 "대형주를 따라 사도 되느냐는 문의에 한두 달 더 지켜보자고 조언한다"며 "고객들도 신중한 편"이라고 말했다. 중소형주에 투자한 개인들은 상승장에 더 불안해하면서 오히려 단타를 늘리는 조짐도 보인다. 김문준 차장은 "비싼 대형주에 익숙지 않은 개인들은 단기에 고수익을 내려고 아예 신종 플루 등의 테마로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날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700억원 이상 순매도에 나선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유일한 매수 주체로 48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개인들의 양극화된 투자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일부는 "이제라도 코스피200 갈아탈까"지금이라도 기존 보유 주식을 처분하고 외국인이 편애하는 코스피200에 편입된 대형주를 사들이려는 투자자도 생겨나고 있다. 가희정 한화증권 송도IFEZ지점 과장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집에서 코스닥 소형주를 매매하던 개인들 중에도 최근 매매 리스트를 코스피200 종목으로 압축하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띈다"고 말했다.

아예 지난달 이후 매수 타이밍을 놓친 개인들은 지수가 조정을 받아 하락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박광식 현대증권 마포지점장은 "장기적으로 주도주 중심의 상승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 중에는 삼성전자나 현대차의 주가가 다소 빠지면 매수하려고 대기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가 과장도 "현금을 보유한 고객들은 어차피 때를 놓쳤다면 내달 중순에 나오는 3분기 실적을 확인하고 종목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짜자고 한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지수 고점에 관심

외국인이 원 · 달러 환율 하락과 미국 증시의 상승세에 힘입어 국내 주식 매수에 적극 나서면서 개인들은 코스피지수가 단기 고점에 도달한 것 아닌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박환기 대신증권 청담지점 부지점장은 "지금이 고점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했고 최성호 동부증권 동부금융센터지점 부지점장도 "펀드 고객들이 환매 시기를 물어오는데 결국 장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말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실장은 "가장 안전한 투자전략은 일단 상승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IT 자동차 철강 화학 금융 등으로 편입시키는 것"이라며 "대형주를 사들이는 외국인이 증시를 견인하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혜정/조재희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