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美ㆍ中의 무역 치킨게임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에스와르 프라사드
중국산 저가 타이어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오바마 행정부의 결정은 재빠르고 날카로운 응수에 부딪쳤다.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와 닭고기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을 가한 것이다. 물론 이런 조치들은 상징적인 것이며 자국의 청중들을 대상으로 한 정치적 제스처에 가깝다. 하지만 양국 정부는 현재 불장난을 하고 있다. 보호주의의 불꽃이 빠르게 번져나가면서 통제불능의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다른 국내 현안에서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통상문제에 있어 강경한 입장에 설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어찌보면 미국이 몇몇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일시적인 세이프 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발동을 위해 법률적인 보완조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기술적인 수정 조치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같은 기술적인 이슈와 진짜 보호주의적 조치의 구별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과의 통상문제에서 일견 강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징적이기만한 조치들도 중국이 각종 보호주의 정책을 펴는 데 일종의 구실이 돼왔다. 중국은 미국을 봐줄 생각이 전혀 없다. 중국은 수출 장려를 위해 보조금뿐만 아니라 위안화 환율, 약한 지식재산권 감시 등 여러 수단들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수출 증가에 계속 의존하고 있으며, 성장 모델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무역 흑자를 억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양국 정부의 움직임은 더 많은 보호주의를 불러올 위험이 있다. 미국의 '바이 아메리카' 조항은 중국이 자국의 경기부양책에서 '바이 차이나' 조항을 명시적으로 집어넣게 만들었다.

이런 상호 간의 보복적인 보호무역조치가 쌓일 경우 훨씬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거대한 두 경제권이 벌이는 무역 전쟁의 격화는 국제무역체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도록 하며, 갓 시작된 글로벌 경제회복을 무위로 되돌릴 수도 있다. 또 두 나라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여러 국제적 문제의 해결을 저해할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은 기후변화, 국제금융제도 개혁,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 제재 등 핵심적인 사안에 있어서 서로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산 타이어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타이밍은 국내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중국 측으로 하여금 미국 정부가 만약 다른 국내 정치 사안에서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자유무역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 수 있다.

보호주의적 조치들은 그것이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한번 시행되면 다시 되돌리기 힘들다. 따라서 미 · 중 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대립적이고 위험한 단계로 진입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번 조치로 행복해 할 집단은 소수의 제조업체와 노동조합뿐이다.

정리=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이 글은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위험한 무역 치킨 게임'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