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노조 시대] 바뀌는 '노조원 직장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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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리ㆍ상생을 찾아서"이제 노동운동에 관심없습니다. 취미생활도 즐기고 가족들도 챙겨야 되는데 노조활동할 시간이 있나요. "
요트ㆍMTB…현대重 동호회 70여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한 노조원은 "변하지 않는 노조의 정치 · 이념투쟁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블루칼라(생산직 근로자)의 중산층화'가 진전되면서 노조원들의 직장문화가 바뀌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조합비를 모아 대규모 평생종합휴양소 건립에 나선 것은 이들이 추구하는 노동운동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노조는 최근 매입한 경주시 산내면 대현리 67만8958㎡ 부지에 대형 복지시설과 위락시설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오종쇄 현대중 노조 위원장은 "일본의 도요타 노조가 운영 중인 평생 종합휴양소 개념의 '카바하우스',마쓰시타 노조의 '유니토피아'와 비슷한 형태가 될 것"이라며 "이게 바로 선진 복지노조의 완성판이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현대차 SK에너지 에쓰오일 등 울산지역 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에게 골프는 더 이상 부르주아(자본가 계급)의 전유물이 아니다. 보편화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 근로자들은 여가생활을 위해 근무시간 후에 골프연습장을 찾기도 한다. 이들 기업에서는 많은 근로자가 요트 윈드서핑 패러글라이딩 MTB(산악용 자전거) 색소폰 무선모형항공기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한 레저서클에 가입해 활동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사내 공식 동호회가 70여개에 이른다. 현대중공업 요트회는 스포츠요트만 20여척을 보유하고 있다. SK에너지에도 윈드서핑 등 순수 레저동호회가 40여개에 이른다. 이 회사 최환수 홍보차장은 "직원들 중에는 요트를 직접 구입해 여름휴가 때마다 동해안 일대를 항해하면서 최고의 휴가를 즐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에쓰오일의 한 관계자는 "이제 이들에게 과거처럼 계급투쟁을 선동하는 노조의 구호는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