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쓰촨성 폐허 속의 '행복학교'

"한국으로 유학가고 싶어요. " 중국 쓰촨성 펑저우시 퉁지현 황춘마을에 있는 행복소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유량 양의 소원이다. 이유를 묻자 "한국이 좋아져서"라며 해맑게 웃었다.

유량 양뿐 아니다. 행복소학교 220여명의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도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크게 높아졌다. 학생들의 상당수가 꼭 한국에 가보고 싶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 SK그룹의 사회공헌활동이 뿌린 씨앗 덕분이다. SK그룹은 지난해 쓰촨성 지진 때 학교를 통째로 잃어버리고 천막 교실에서 어린이들이 어렵게 공부하는 것을 보고 첨단시설의 학교를 이달 초에 세워줬다. 이 학교의 양촨 교장은 "덕분에 지진 참사로 가족 · 친지를 잃고 생활기반마저 타격을 받은 학생과 교사들이 큰 위로를 받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학교 주변은 지진 피해 복구가 한창이었지만,이 학교는 딴 세상처럼 활달해보였다.

학생과 교사들의 학교 시설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중국 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교육시설을 갖췄기 때문이다. SK가 에너지 · 정보통신 교육관,컴퓨터 교육관 등 환경과 과학 교육을 위한 시설은 물론 천문대까지 지어준 것.천문대는 벌써 이 학교의 명물이 됐다. 양 교장은 "천문 강의를 듣기 위해 주변 지역의 학교 학생들이 찾아오기도 한다"며 "교내 천문대 시설을 활용한 교육 성과를 높이기 위해 천문 수업을 교과과정에 새로 배정했다"고 말했다.

쓰촨성 성도(省都) 청두에서 20㎞가량 떨어져 있는 이곳은 지진의 상처가 아직도 선명하다. 간혹 지진으로 폐허가 된 모습이 눈에 띄었고 길에는 복구 공사를 하는 차량들이 쉴새없이 오갔다. 컨테이너 등으로 만든 이재민들의 임시 막사도 보였다. 행복소학교 학생들 중 일부도 막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행복소학교가 이 지역 어린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양 교장은 "국경을 넘는 따뜻한 지원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어려움을 이겨낼 용기를 갖게 됐다"며 "한국과 중국이 더욱더 문화를 교류하고 발전해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기업의 봉사활동이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놓고,국가 이미지 개선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본보기였다.

박영태 청두(중국)=산업부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