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아침] 미국의 두번째 고민은…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완연하다는 목소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반면 당분간 일자리가 늘어나 실업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습니다.왜 그런 것일까요.실업률 하락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경기회복 신호를 찾는 게 최대 과제였습니다.이제는 실업률이 하락하는 시점을 찾아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숙제입니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CNN방송에 출연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여러가지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으며,제조업도 반등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8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3년반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습니다.뉴욕주의 제조업 활동지수는 2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은 이 모든 신호로 보아 미국 경제가 성장을 시작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지난 15일 “적어도 기술적인 관점에서 볼 때 경기 침체가 끝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경제가 단기간에 성장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 버냉키 의장은 실업률이 안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은 “일자리 전망이 상당히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오히려 앞으로 수개월 동안 실업률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버냉키 의장도 “고용시장은 취약해 내년까지 실업률이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8월 9.7%로 25년 만의 최고치였습니다.경기가 침체된 이후 7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들의 인구 증가를 따라잡으려면 달마다 15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나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그는 특히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고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민간 전문가들은 내년에 미국 경제가 2.3%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실업률을 9%대 아래로 끌어내리기는 충분치 않다고 관측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가 완전히 회복돼야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강조했습니다.일자리 증가가 경기의 후행지표라는 것입니다.이는 다시 말해 출구전략 중 가장 중요한 금리 인상은 실업률이 급속히 하락하는 시점에 검토될 것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인플레이션을 예방하겠다고 섣불리 금리를 인상하면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1975년 이후 네차례의 경기 침체기를 보면 FRB는 실업률이 최고치에 도달한 뒤 평균 11.8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했습니다.1982년 실업률이 10.8%로 치솟은 뒤 5개월 만에,1992년 실업률이 7.8%의 고점을 찍은 후 20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한 적도 있습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