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노조 시대] (2) 선진국도 교섭 분권화

② 독립노조 확산
"기업마다 지불능력 차이…공동교섭 현실과 안맞아"
"핀란드 노사는 2007년부터 중앙협약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기업별로 임금 지급 능력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인상률을 결정하는 게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이죠."

지난 17일 핀란드 헬싱키대학에서 만난 핀란드경총(EK)의 베흐비 라이넨 노사자문위원은 모든 기업을 하나로 묶어 임금 인상을 결정하는 시스템은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핀란드에서 전체 산업에 적용되는 중앙단위 임금교섭 시스템은 2007년부터 멈춘 상태다. 현재 핀란드의 노사교섭 단위는 산별이지만 많은 사업장이 기업별 교섭으로 전환하고 있다. 핀란드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도 교섭의 분권화가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산별협약을 맺어온 독일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별 교섭이 급증하는 추세다. 폭스바겐 지멘스 등 대기업들은 오래전부터 개별교섭을 벌이고 있으며,많은 기업들이 산별교섭에 부담을 느껴 사용자단체를 탈퇴하고 있다. 경영난을 겪는 기업 가운데 산별협약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개방조항'을 노사 합의로 도입하는 곳도 늘고 있다.

1970년대만 해도 산별노조가 많던 일본에서도 지금은 기업별 노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본에서는 전체 조합원 1200여만명 가운데 86%(1100여만명)가 기업별 교섭을 벌이고 있다. 전체 조합원의 14%만 직업별 · 산업별 노조에 소속돼 있다. 일본에서도 강성 노동운동이 산별노조 와해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노동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 도요타가 강경투쟁을 일삼던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총평)를 탈퇴하고 독자노선을 선언한 게 대표적 사례이다.

일본의 도요타 노조는 전투적 노조연합체였던 총평 산하 전일본자동차산별노조의 지회였다. 도요타도 상급단체의 방침에 따라 수시로 파업에 돌입했고,노조 설립 5년 만인 1950년엔 75일간의 장기파업을 벌였다. 회사 측이 종업원 1500명을 정리해고한 데 대한 집단행동이었다. 도요타 노조는 이때 상급단체인 총평의 투쟁 노선에 실망을 느끼고 운동 노선을 투쟁에서 노사협력으로 전환했다. 도요타 노조는 1955년 자동차노조와 결별한 뒤 지금까지 기업별 노조로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