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빨리빨리' 다시보기

텔레비전을 보다 보면 외국인들이 어색한 한국어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나 '빨리빨리'를 머슥하게 웃으며 말하는 장면을 가끔 본다. '안녕하세요'는 대표적 인사말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빨리빨리'는 아마도 한국에 와서 자주 들었기 때문에 불쑥 튀어나왔을 것이다.

이처럼 한국인을 표현하는 대표적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빨리빨리'다. 하지만 아쉽게도 '빨리빨리'는 그동안 긍정적 측면에서보다 부정적 측면이 많았다. 사람들은 '빨리빨리' 문화로 우리가 큰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부실공사로 인한 사고와 아픔들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필자는 '빨리빨리'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풍요로운 대한민국 또한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빨리빨리' 문화는 1960,70년대 눈부신 한국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했고,이를 바탕으로 현재 정보기술(IT) 조선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게 됐다. 특히 제반 IT 인프라가 발달해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으로 부상한 상황에서는 '빨리빨리' 문화는 고쳐야 할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경쟁 무기로 인식되고 있다.

필자는 '빨리빨리'문화가 인터넷 강국의 발판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 급변하는 인터넷 신기술을 도입하고 적용해 나가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IT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빠름'의 경쟁력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장악하는 시대가 아니라 빠른 기업이 느린 기업을 이기는 시대다. 기업 내에서도 직원이 일을 빨리 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경쟁력이다. 직장에서도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은 사람은 더 많은 기회를 가질 뿐 아니라 삶의 여유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스피드가 경쟁력이라는 데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빨리빨리' 문화와 습관은 어쩌면 사계절이 뚜렷하고 농경이 중시됐던 우리들에게 신이 내린 축복일지도 모른다. 전통 농경사회의 경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스피드가 몸에 배일 수밖에 없었으리라.목표가 있어야 가는 길을 재촉하고,꿈이 있어야 세월을 재촉한다고 했다. '빨리빨리'는 이처럼 본인이 설정한 목표나 꿈에 이르게 하는 열정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 그 열정은 우리가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우리 국민들이 가진 '빠름'의 경쟁력과 열정은 국가 경제력 13위에 만족하지 않고,세계 1등을 바라보고 달릴 '희망의 윤활유'와 능력이 아닐까.

김순진 놀부NBG회장 kimsj@nolb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