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노조 시대] 올 노사협력 선언 작년보다 83%↑…노사 상생바람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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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변화 몰고 온 원칙대응최근 한국공항공사 노조가 6.8%의 임금 삭감안을 조합원 총회에서 통과시켜 노동계의 주목을 받았다. 공기업 노조가 임금 삭감안을 받아들이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항공사 노조의 상급노조인 민주노총이 물가인상에 맞춰 임금 인상 방침을 각 단위 노조에 하달한 상황에서 '철밥통'노조로 인식되던 공기업 노조가 임금을 삭감했다는 점에서 노동계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다.
공항공사 노조의 사례처럼 올 들어 경제위기가 가중되자 노조들이 자진해서 임금을 삭감하거나 동결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노동부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 현재 임금 인상률(타결 사업장 기준)은 1.4%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타결 사업장의 절반에 가까운 45.3%가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5배 이상 늘어났다. 총 타결 사업장 3107곳 중 1250곳이 임금을 동결하고 158곳은 삭감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상대적으로 노조의 힘이 강한 대기업들의 임금 인상률이 낮았다는 것이다. 300인 미만 사업장의 평균 임금 인상률이 2.0%였는데 비해 500인 이상~5000인 미만 사업장은 1.1~1.4%,5000인 이상 사업장은 0.5%에 그쳤다. 임단협 시즌마다 벌어지던 관행적인 투쟁에서 벗어나,고용안정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기득권은 포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착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의 변화가 나타나는 또 하나의 사례는 올해 노사 양보교섭 · 협력선언 건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31일 현재 양보교섭 및 협력선언 사례는 283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50건보다 83.0% 증가했다. 특히 무노조 기업의 양보교섭 · 협력선언 증가율이 77.2%인데 비해 유노조 기업의 증가율은 99.7%에 달했다. 무노조 기업보다 노조가 있는 기업이,중소기업 노조보다는 대기업 노조가 올해 들어 더욱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노동부 김왕 노사협력정책과장은 "경제 위기를 맞아 고용 안정을 꾀하기 위해 노조가 양보하는 측면도 있지만,과거와 달리 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에 대한 노사 양측의 인식이 전반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며 "민주노총 사업장에서 총연맹의 방침을 어기고 노사협력을 선언하는 사례가 증가하고,탈퇴 노조가 속출하는 것 역시 강경 투쟁 방식의 노동운동에 대한 회의가 노동계 전반에 퍼져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