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인수 의향서 제출] 효성, 나일론→중공업→IT로 영토확장 노린다
입력
수정
자산 8조대 재계 33위 그룹…13조 기업 인수 '통 큰 도전'효성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위한 의향서(LOI)를 단독으로 제출함에 따라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올랐다. 자산총액 8조원대로 기업규모 33위(4월1일 기준)인 효성이 자산 13조원대의 하이닉스(22위) 인수에 성공하면 재계 서열 10위권 중반으로 도약하게 된다.
효성 관계자는 "현재는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여서 구체적인 배경을 설명할 수 없다"면서도 "경영진이 심도 깊은 검토 끝에 인수전 참여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조석래 효성 회장은 이와 관련,지난 1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회장단 회의 직후 "좋은 매물이 있다면 돈되는 사업인데 왜 안 하겠느냐"고밝혔다. ◆왜 인수 결정했나
1966년 동양나이론으로 출발한 효성은 이후 40여년간 꾸준히 사업을 확장해왔다. 지금은 그룹의 핵심사업인 중공업을 비롯해 산업자재,섬유,화학,정보통신,전자재료 등 7개 분야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전 재계순위 15위권이었던 효성은 또한번의 도약을 이끌 미래사업을 찾아왔다. M&A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 중에서는 하이닉스가 효성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스타일,기업문화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효성이 영위하고 있는 전자재료 및 정보통신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효성은 그동안 IT(정보기술)업체를 꾸준히 인수 · 합병하는 한편 액정표시장치(LCD)용 필름공장을 건립하는 등 IT업종에 관심이 높았다. 반도체사업에 참여함으로써 포트폴리오 분산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룹 주력사업인 섬유와 중공업의 경기하락 시 반도체 산업을 통한 상쇄 · 보완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몰 M&A'에서 '빅 스텝'으로
효성은 2004년 이후 대형 M&A보다 중 · 소형 기업을 대상으로 한 '스몰 M&A'에 주력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해왔다. 2004년 말 계열사 수가 22개에 불과했지만 이후 M&A에 적극 나서면서 현재 계열사가 41개까지 늘어났다. 2006년에는 중국 변압기 공장과 독일 아그파포토사의 필름 생산 설비,미국 굿이어의 타이어코드 공장을 인수했다. 2007년에는 중국 동국무역의 스판덱스 공장과 여신금융전문업체 스타리스를,작년 초에는 건설업체인 진흥기업을 각각 사들였다.
◆자금여력 문제 없나하이닉스의 채권단 매각 지분(전체의 28.07%) 가격은 22일 종가기준으로 3조6500억원에 달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4조원 이상이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효성 관계자는 "내부보유금 등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이후 핵심사업인 중공업과 산업자재 섬유 부문의 매출 증대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신규 투자를 위한 자금을 쌓아왔다는 것.효성은 지난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한 3조3189억원,영업이익은 44.6% 늘어난 2555억원을 올렸다. 2분기에만 1조7382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영업이익(1467억원)과 순이익(1134억원)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정선/이정호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