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청]경주→대전 택배 69일만에 푹 썩은 채 도착

-분실택배 69일만에 배달돼 택배사 거짓말 들통
-택배시즌 맞아 ‘택배주의보’ 수령여부 꼭 확인해야

명절을 앞두고 택배시즌을 맞아 ‘택배주의보’가 내렸다.지난 19일 대전에서는 물건을 수령한 영수증까지 갖고 있다는 택배사의 거짓말을 믿고 물건을 포기했다가 69일만에 택배사 창고에 처박혀 있던 물건이 푹 썩은 채 다시 배달되는 바람에 들통이 난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대전시 유성구 관평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B씨는 지난 토요일인 19일 국내 대기업 계열의 H택배를 통해 배달돼 온 택배꾸러미를 받았다. 당연히 추석선물일거라고 생각한 B씨는 무심코 선물꾸러미를 열어보는 순간 진동하는 썩는 냄새와 함께 얼굴에 시퍼런 곰팡이 세례를 받고 뒤로 나가 자빠질뻔 했다. 거뭇거뭇하고 시퍼런 곰팡이로 뒤덮여 형체를 분간할 수 없는 썩어문드러진 물체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겉표지를 자세히 살펴보니 보낸 날짜가 지난 여름인 7월 13일 이었다. 반나절거리도 안되는 경주에서 대전까지 정확하게 69일만에 도착한 셈이다. 어이가 없어 어안이 벙벙했던 B씨는 순간 지난 여름 지인이 경주여행길에 경주특산품인 ‘○○빵’을 보냈던 기억이 났다. 7월 14일 “빵을 잘 받았느냐”는 지인의 전화를 받고 “못 받았다”고 대답한 B씨는 그 뒤 몇 일을 더 기다려도 소식이 없자 택배사에 확인 전화를 했다. 당시 택배사 측에서는 지정된 수령인이 택배를 분명히 수령했고, 수령인의 성씨를 한글로 쓴 수령증까지 가지고 있다고 대답을 해왔다.

값나가는 물건도 아닌데다, 선물을 한 사람이 미안해 할까봐 B씨는 혹시 경비실 등에서 누군가가 받아놨다 분실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B씨는 업무가 시작되는 지난 월요일인 21일 택배사측에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지만 또 한번 어이없는 대답을 해왔다. H택배 북대전대리점 소장은 “당시 배달사원이 이미 퇴직하고 없어 자세한 내용을 알 수가 없다, 우연히 배달사원과 수령인의 성씨가 같아 착오를 일으켰다”는 등 상투적인 회피성 답변뿐이었다.

배달하지도 않은 물건을 지정수령인이 사인까지 한 영수증을 갖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창고속에 69일간이나 처박혀 있던 물건이 우연히 다시 배달돼 새빨간 거짓말이 들통나게 된 셈이다.

B씨는 영세업체도 아닌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 택배사의 어이없는 거짓말에 속았던게 분통이 터졌다. 게다가 썩은 곰팡이까지 뒤집어쓰고 기분까지 잡친 B씨는 택배사측이 보상을 제시했지만, 선의의 택배이용자들이 다시는 이런 피해를 입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보상을 거부했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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